“민생사건 성실하게 처리하는 검사들 기죽이고 ‘악마화’하는 게 진짜 검찰개혁입니까?”
박준영(48·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재심 전문 변호사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에서 무고한 이들을 위해 변호했다. 2017년 영화 ‘재심’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검찰권 남용에 치를 떠는 사람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 입법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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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통과를 강하게 비판한다. “검찰 대변인 노릇을 한다”는 비난에도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이 소외당했다”고 말한다. 왜 검찰 편을 드는 걸까. 박 변호사에 따르면 “검수완박으로 결국 돈 없고, 빽없는 이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서다. “묵묵히 자긍심 갖고 일하던 검사들의 상처와 좌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민했느냐”라고도 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이 ‘정권 교체 전, 법 통과’에 사로잡혀 “선한 목적”을 품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 손을 들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역사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Q : ‘친(親) 검찰’, ‘검찰 대변인’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검수완박’ 비판했다.
A :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지지하는 분들 상당하다. 그들에게 내 주장이 변절로 비친다는 안타까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할 얘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검찰은 과거와 달라졌다. 힘 있는 조직이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을 잡는 일이다.
A : ‘검수완박’ 국면이 일시적으로 정리될 거라 보지 않는다. 검찰이 처리하는 사건 양이 상당하다. 그중 검찰권 남용 사건 비중은 매우 낮다. 대부분 민생 사건이다. 이런 민생 사건에서 억울한 일이 없게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옳다. 검수완박은 이와 반대로 흘러간다. 막아야 한다. 이런 비판이 검찰 논리 대변으로 비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선량한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비판이다. 한번 잘못 정착된 사법 시스템은 되돌리기 어렵다.
박 변호사는 진범이 따로 있던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을 맡았다. 두 사건은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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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검찰권 악용이 소수라도, 그게 문제라면 개선해야 하지 않나.
A : 맞다. 일부라도 큰 사회 문제라면 고쳐야 한다. 그런데 일부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통째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건 개악(改惡)이다. 4개월 뒤부턴 검찰이 공직·선거 범죄 수사를 못 한다. 이건 뭐로 설명할 건가. 정치인의 비위 은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건가. 또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한해서 검찰이 원래대로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란 뜻인가. 수사·기소 분리란 ‘검수완박’ 취지에 모순 아닌가. ‘검수완박’은 정치적 구호였나.
“‘전관예우’란 검찰 악습에 가담했다”
Q : 재심사건 변호 맡아오며 검찰권 남용·병폐 많이 봤을 텐데.
재심 사건 중 진범이 따로 있던 사건이 두 건 있다. 1999년에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2000년에 벌어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이다. 20여년 전 사건들이다. 이런 검찰권 남용 문제가 지금도 일반적으로 벌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검찰권 남용을 일부 ‘정치 검사’ 문제로 국한하는 건 반대한다. 전관예우 등 또 다른 문제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경험도 있다.
지난달 30일 '검수완박' 가운데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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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부끄러운 경험?
2006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며, 1년 반 동안 검찰 출신 변호사 밑에서 일했다. ‘전관예우’란 병폐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동조하고 가담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부끄럽다. 그런데 이런 전관예우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상당히 줄어든 건 사실이다. 맹목적인 지시에 따르는 검사들 거의 없다고 본다. 물론 못된 사건을 겪은 분들은 이런 주장을 반박하겠지만, 여전히 이런 병폐가 만연하다면서 사법 시스템을 통째로 뜯어고치자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다. 민주당에도 검찰 출신 변호사가 많은데,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에 이렇게 애정이 없나 싶다. 달라진 세상엔 입 다물고, 과거만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박 변호사가 ‘검수완박’에 비판 수위를 높이자 보수 진영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에서도 ‘일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보수 진영의 제안에 그는 “‘그쪽 편은 아니’라며 대놓고 거절했다”며 “거절할 준비를 했고, 내심 연락이 오길 바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왜 거절을 준비해놨을까. 그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주장을 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 달리 그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진영 대결 한복판에 섰다.
“대선, 1번 후보 찍었다”
Q : ‘검수완박’은 진영 간 싸움터가 됐다. 정치 싸움에 휘말릴 거란 예상은 안 했나.
진영 논리 한복판에 들어선 문제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진영논리로 해석될 거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정치 지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동안 정치적 목적을 갖고 주장을 펴진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한번 들어나 보자’라는 시각이 많을 거란 기대도 있다.
Q : 대선에서 “1번 찍었다”고 밝혔다. 이유는.
‘검수완박’ 비판이 진영논리 차원에서 꺼낸 말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였다. 또 설득 대상이 민주당 지지자들이라서다. 지금은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같은 편’이란 걸 알리고 싶었다. ‘검수완박’ 반대 위한 설득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Q : ‘1번 후보’는 ‘검수완박’에 동의했을 텐데.
A : 내심 2번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일하며 이 정부 민낯을 봤다. 불편했고 힘들었다. 그런데도 1번을 찍은 건 ‘형제복지원 사건’ 등 그간 조사하고 변호했던 사건 피해자들의 배상·보상 때문이다. 그들에게 힘 실어줄 정치세력은 민주당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건 민주당이라 믿고 싶었다. 그래서 1번을 뽑았다. 그땐 ‘검수완박’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기에 ‘검수완박’을 이렇게 빨리 처리할 거라 생각 못 했다. 아직도 많이 놀라고 있다.
검찰과 맞서 싸운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만나본 검사들 대다수가 그들의 권한과 책임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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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검수완박 찬성 측에선 ‘입법 강행 많았는데, 왜 이번만 트집이냐’라고 말한다.
A :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으로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되는 등 국회선진화법의 취지가 퇴색된 전례가 많아 그런 주장이 무리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적법하게 절차대로 법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법 취지와 목적도 무시한 탈법행위였다. 신중하고 정교해야 할 입법 절차 자체가 형해화(形骸化)됐다. 이런 관행을 묵인하는 것, 유일한 입법 기관조차 구성 문제로 통제가 어렵다는 건 불행이고 슬픈 현실이다.
Q : 숙의 과정이 있었다면, ‘검수완박’ 결과가 달라졌을까.
A : 달라졌다. 확신한다. 이런 졸속 처리 과정에서도 여론과 전문가들 지적이 조금 반영됐지 않나. 만약 토론회, 공청회를 열고, 다른 법체계와의 관련성도 고민하고, 형사소송법 전문가 의견도 듣고, 경찰, 검찰, 법원, 변호사 단체 의견도 차분하게 취합했다면 이런 법이 나왔을까. 애초에 의견을 모을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 빨리 끝내려고. ‘정권 교체 전, 법 통과’란 목적만 있었다. 결코 선한 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인 게 아니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검수완박’은 '정치'를 떠나 헌법재판소로 갔다. 야당은 입법 절차를 문제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대검찰청도 ‘검수완박’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내고,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도 고발에 나섰다.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등 개정’을 형사 정책적 변화로만 볼 게 아니라, 국민 신체·재산 등 제한과 관련된 침익적 행정작용의 변화 문제로 연관 지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검수완박’ 법의 허점을 이용해 검찰 수사관을 이용한 검찰 수사나 대통령령 개정 통한 검찰권 복원 등의 ‘맞꼼수’ 대응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Q : 검사들도 ‘검수완박이 개혁이 아닌 수사권 침해’라고 받아들인다.
A : 4년 전 김용민 의원 등과 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을 했다. 당시 위원회에서 “단지 검찰의 권한을 쪼개어 축소하는 것, 그 자체를 검찰 개혁이 목표로 삼을 수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권력 기관이 서로 합리적으로 경쟁·견제·통제하고, 부족한 걸 보완하는 관계로 만드는 게 진짜 개혁”이라고 했다. 물론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즐기는 검사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검사들 대부분은 그들 권한에 무게감을 느꼈다. 영장 신청 여부를 놓고 사건 기록을 검토할 때 느끼는 무게감과 중압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들은 그 권한을 의무의 무게감으로 받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공포한 날 대검은 즉각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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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검사가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묵묵히 일한다”
Q : 기득권 ‘정치’ 검사 병폐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 않나.
A :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어느 순간부터 택시를 탈 때 뒷좌석에 앉았다. 9900원짜리 광어 회만 먹다가 코스요리를 먹게 됐다. 어느 순간 누군가 대접해주길 바라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렇게 권력 지향적 삶을 사는 검사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검사들은 그 권위의식을 버리려 애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기죽이면 안 된다. 묵묵히 자긍심으로 일하는 검사들이 상처받고, 좌절하는 그 사회적 비용과 불이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민했나. 어떤 정치인은 ‘이참에 검사들 사표 받고 변호사로 검찰 채우자’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연수원에서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판·검사해보려고 했다. 성적이 안 나와서 지원조차 못 했다. 똑똑한 검사들을 잘 다독여서 사회가 잘 써먹어야지, 사표 받아내서 자본에, 권력에 복무하는 법조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면 그건 누굴 위한 일인가. 범죄는 점점 복잡·전문화된다. 수사 기록 밤새 보고, 범죄자들 허점 찾아내는 보통 검사들을 일 못 하게 만드는 게 진짜 개혁인지 묻고 싶다. 경찰의 능력 부족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검사들의 수사 역량과 대다수 검사의 진심은 인정하자는 뜻이다.
Q : 검사들과 맞서왔는데도 좋게 평가한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1년 넘게 일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았지만 조사가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배경과 이면의 문제를 찾아내야 했다. 감당이 안 됐다. 대부분 파견 나온 검사들이 동료들 수사 문제점을 밝혀냈다. 그걸 보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분명 있구나’, ‘이런 걸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이런 검찰 순기능은 소외당하는 가치가 됐다.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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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의인화’ 그리고 ‘악마화’
Q : “검찰 절박한 손 들어주고 싶다”고 했는데, 74년 역사의 검찰이 ‘절박한’ 자정 노력을 보인 적 있나.
A : 현 정부를 보자. 적폐 청산 수사를 누가 했나.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거둔 이가 몇 명인가. 수사 과잉이었다. 당시 ‘더 세게 수사 하라’고 독려해놓고, 인제 와서 ‘개혁 못 했다’고 지적하는 건 모순이다. 검찰이 개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여러 개혁안을 논의했다. 수사절차에 상당히 많이 반영된 거로 안다. 왜 그런 건 못 본 척하면서 검찰 개혁을 주장하나. 또 검찰 개혁 논의를 대검 산하에서만 한 것도 아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도 많은 논의를 하고 개혁안도 발표했다. ‘자정 노력 부족’이라고 비판하는 건 현 정부 개혁 성과를 스스로 부정한다는 뜻인가.
박 변호사는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는 생산적 견제와 협력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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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검찰이란 ‘조직’과 ‘검사’ 개개인을 동일시해서일까.
A : 그게 문제다. 최근 강준만 교수가 책에서 검찰의 ‘의인화’,‘악마화’를 언급했다. “국가기관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취급한 게 검찰 개혁 과정의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동의한다. 국가기관에 선량한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을 ‘검찰’이란 테두리 넣고, ‘악마화’했다. 이런 프레임은 정치가 만들었다. 과거 문제를 가져다 성급하게 일반화하며 현 정부 검찰개혁 성과마저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Q : 사법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올바른 방향은 뭐라고 보나.
검찰·법원에 대한 의회의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 그런데 그 통제는 기관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현재 통제는 정치 논리가 지배했다. 우호적으로 일하던 일선 경찰과 검사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게끔 하였다. 그들은 얼마든지 서로 협력하려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런 권한 행사도 어렵게 만들었다. 이게 어떻게 ‘민주적’ 통제인가. (검·경이) 협력할 땐 협력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방식의 통제가 이뤄지게 법을 만들어야지, 책임을 서로 떠넘기게 하는 게 어떻게 건강한 통제인가. 어떻게든 치부를 드러내게 하고, 성과는 서로 가져가게끔 한다. 허울뿐인 민주적 통제다. 의회의 진정성 있는 행정권력 통제가 아니다. 말뿐인 구호다.
박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하더라도 검수완박 추진은 언젠가 추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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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복판에 선 검찰, ‘검수완박’의 아이러니
Q : 단 한 번 입법으로 형사·사법체계 근간이 흔들렸다. 그만큼 사법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했던 건가.
A : 검찰은 힘 있고 견고한 조직이다. 이런데도 수사 시스템이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법이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다. 지지 세력과 여론만 견고하면 뭐라도 할 것 같다. 국회가 법을 만들지만, 그 입법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이다. 토론회, 공청회, 여론, 법제처 심사 등을 반영하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아무것도 안 했다. 이걸 비판하는 건 진영 논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Q : 검찰권 남용의 여러 부작용, 경찰에서도 생길 수 있을까.
A : 있다고 본다. 수사권 조정 후 경찰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경찰 전관 출신 변호사가 인기라고 하지 않나. 실제 형사사건 주로 맡는 법무법인 홈페이지에 가보면, ‘힘을 제대로 쓰겠다’라는 광고가 나온다. 그 힘이 뭘까. ‘관계’의 힘 아닐까. 수사절차가 지연되면 수사 담당자와 잘 알던 변호사를 선임하면 수사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또 재량이 크면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해 수사 과오를 잡아내기 어렵다. 책임회피 하기 좋다. 그럴 때 관계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불안정해진 사법 시스템 피해자는 결국 돈 없고 빽없는 사람들, 관계를 동원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박 변호사는 "형사법 전문가인 문재인 대통령의 '검수완박' 통과는 훗날 역사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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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야당 대선 승리로 ‘검수완박’ 추진 속도 빨라졌다고 보나.
A :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면 이렇게 빨리 추진되지 않았을 거라 본다. 현 정부 초기에 그랬듯, 검찰을 어느 정도 활용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엔 ‘검수완박’을 진행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검찰개혁은 성과다. 이미지 정치에 좋다. 지지층에 어필할 공적이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없었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Q : ‘검찰 정치색 빼겠다’는 ‘검수완박’, 역설적으로 검찰을 정치 한복판에 세웠다. 이걸 노린 건 아닐까.
입법 강행과정에서 그걸 노렸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더 밉다. ‘이미지 정치’를 위해 국가권력의 악마화를 활용했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은 제대로 일을 못 했다. 그 시간에 살펴봤어야 할 사건 관계자들 피해를 생각해보면, 검수완박 입법강행은 국민을 위해 벌이면 안 되는 일이었다. 정치적 야망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들이닥칠 수사가 겁이 나서, 혹은 검찰 수사에 반감 때문에 벌인 일이다.
박 변호사가 재심을 맡았던 '낙동강변 살인사건'과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인 '페스카마호 사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던 사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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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역사의 비판 받을 것”
Q : ‘검수완박’ 최종 결재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A : 문재인 대통령은 30년 넘게 변호사를 한 법조계 선배다. 형사법 전문가다. 누구보다 법안 문제점을 잘 알 분이다. 그래서 아쉽다. 또 최고 권력자로서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이유로 들며 법안에 찬성한 건 무책임하다. 대단히 실망했다. ‘내가 알던 대통령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역사의 비판을 받을 것이다. 훗날 역사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록할 거라고 믿는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그는 현재 문 대통령이 과거 변호했던 ‘페스카마호 사건’ 재심을 맡고 있다. 또 그가 재심을 맡았던 ‘낙동강 변 살인사건’도 문 대통령이 변호했던 사건이다. 그는 “사건을 통해 인연을 맺었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호감이 크지만 비판할 건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진영논리나 정치적 고려가 없다는 비판의 진정성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박 변호사는 검찰 과잉 수사와 특정 의혹에 대해선 ‘선택적 침묵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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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의혹엔 선택적 침묵? “잘 모르니, 말 안 하는 것”
Q : ‘최근 검찰 병폐엔 선택적 침묵한다’는 비판도 있다.
A : ‘왜 당선인 배우자·장모 사건에 침묵하느냐. 조국 전 장관 수사 과잉 문제는 왜 언급 안 하느냐’라고 비판한다. 말 안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잘 모르니까. 마찬가지로 정경심 교수 사모펀드 의혹 얘기도 안 한다. 판결문을 봤는데, 전문용어가 많아서 이해가 어려웠다. 내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하니까 말 안 했다. 또 많은 사람이 ‘표창장 하나로 이렇게 수사해도 되느냐’라고 묻는다. 판결문을 봤는데, 표창장 하나만 갖고 판결한 게 아니다. 또 오늘 아침에 (페이스북) 댓글을 보니, ‘유우성(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의견도 묻더라. ‘유우성 사건’은 문제가 있다. 그 수사에 관여한 사람을 대통령실 비서관에 임명한 건 비판 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건을 예로 들며 ‘공안 수사가 다 그렇게 이루어진다’라고 말할 순 없다. 난 누구보다 탈북민 간첩사건에서 공안 검사와 열심히 싸운 사람이다. 지금도 검찰의 공안 수사 과오를 지적하는 국가배상 소송을 맡고 있다.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정치적 문제에 ‘전망’ 형식을 빌려 개인적 ‘소망’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Q : 양쪽 다 듣기 불편한 목소리 내는 이유는.
A : 이쪽도 비판하고, 이쪽도 비판하고 비판을 균형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진보가 힘이 없지만, 의미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싶을 때, 보수를 설득하는 ‘도구’로 쓰이고 싶다.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한자리를 하려고, 잘 보이려고, 목소리를 내진 않는다. 그건 자존심 문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이세영PD, 김신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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