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존경하는 최강욱 의원님께서….”(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저 존경 안 하셔도 됩니다. 논리적인 설득을 해주십시오.”(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3일에도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두 차례(2002~2003년, 2017년~올해) 지낸 걸 또다시 문제삼았다.
최강욱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은) ‘전관특혜’ 문제를 우려해 만들어진 법인데도 한 후보자는 (취지를 어기며) ‘최고의 공직’으로 복귀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공직 퇴임 후 5년 후인 2017년 김앤장 고문을 지내 공직자윤리법상 ‘3년 취업 제한’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한 후보자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한 후보자도 지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전문성을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활용하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최 의원의 질문을 중간에 끊고 “답변드릴까요”라고 수차례 묻는 등 기 싸움도 벌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
민주 “김앤장이 가습기 살균제 기업 법률 대리한 것 몰랐나”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어제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 미쓰비시나 신일철주금과 같은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하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옥시 측 법률대리인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며 “우리 국민들을 비탄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사건들을 몰랐다고 하는지 정말 충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그런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사건을 수임해 변론하는) 그런 기능을 하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이 몰아붙이자 국민의힘에선 한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사귀던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모녀를 살해한 범인을 심신미약으로 변호한 사람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때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문제 삼았냐”고 주장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한 전력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인청위원들은 “무슨 소리냐” “왜 여기서 그런 얘기가 나오냐”며 고성을 질렀다.
━
배우자 갑질 의혹도…김인철 사퇴엔 韓 “유감”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2015년 무역협회장에서 퇴직한 뒤 협회에서 서울 강남구 소재 파르나스호텔 피트니스 이용권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가진 이용권은 실거래가가 1억원 상당이고 연 800만원의 회비가 필요한 카드”라며 “해당 호텔 대주주는 대기업 B사여서 한 후보자가 B사에서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형법상 사후수뢰죄라는 것이 있다. 재직 중 부정행위를 한 데 대해 퇴직 후 수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이익을 얻는다는 계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무역협회장은 형법이 정한 공무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3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위간사단연석회의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청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오른쪽)가 신임 국무위원 후보자 적격여부를 표시해놓은 상황판에 국무총리 부적격을 나타내는 폭탄을 붙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후보자가 2009~2012년 주미대사를 지냈을 당시 배우자가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가 자신의 동창회를 주미대사 관저에서 열며 공사 배우자들에게 ‘음식을 마련하라’고 하는 등 갑질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배우자가 직원에게 인격적 모독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일부 직원들의 배우자 간 조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정신과 치료 여부는)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신 의원이 “배우자가 관저에서 동창회를 여는 등 사적으로 유용하는 게 맞냐”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직원을 동원하진 않았다. 관저를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한 후보자는 대사관 소유 골프장 회원권을 배우자가 사용했다는 의혹에도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이날 오전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에 자진 사퇴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해 한 후보자가) 최초로 제청권을 행사했다면서 직접 사인한 문서를 들고 자랑했다. 현재 소감이 어떤가”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자녀 경북대 의대 부정편입 논란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상세한 검증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 점에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
9일로 밀린 한동훈 청문회…민주 “韓-韓 청문회 연계”
민주당은 3일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뒤에도 최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낙마 대상 1순위로 지목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일에서 9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원내 지도부 인사는 “국회 인준이 필요한 한덕수 후보자 보고서 채택 여부를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을 막는 지렛대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4일 예정됐던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9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은 이날 2~3일 청문회를 거친 국무위원 후보자 다수에 ‘부적격’ 딱지까지 붙였다. 한덕수 후보자를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박진 외교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당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가 온갖 행태 비리 불법의 전시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여야는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김효성기자kim.hyos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