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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상승률 5%대 코앞…정부, 유류세 탄력세율 꺼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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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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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4.8%)을 기록하며 5% 턱밑까지 치솟았다. 물가 경고음이 날로 커지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딱히 대응할 수 없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 유가가 더 오르면 새 정부가 탄력세율까지 동원해 현재 30%인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물가를 밀어올린 것은 석유와 곡물 가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뛰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값까지 급락하자 수입물가 오름폭이 커지며 서민들 장바구니가 더 무거워졌다.

수입 쇠고기(28.8%), 포도(23%), 닭고기(16.6%), 빵(9.1%) 등 먹거리 물가가 일제히 오르자 체감물가를 가리키는 생활물가지수는 5.7% 올라 2008년 8월 이후 13년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처럼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공업제품 가격은 7.8% 올랐다.

지난달 물가상승률(4.8%)의 구성 요인을 분석하면 공업제품 기여도가 2.7%포인트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식, 아파트 관리비 등 개인서비스 기여도도 1.4%포인트에 달했다. 지난달 물가가 급등한 이유 중 85%는 휘발유, 가공식품, 외식비 등 때문이라는 뜻이다.

공공요금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달 한국전력공사가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올리며 전기료는 11%, 주택용 가스요금은 3% 올랐다.

고물가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물가는 지난해 10월 물가 상승률이 3.2%로 3%대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오는 10월 전 물가가 꼭짓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이날 한국은행은 물가점검회의에서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 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거리 두기 해제와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고 있다"며 "연내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등 각국에서 식량 무기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향후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물가 상승에 실질 구매력이 줄면 올해 성장률 회복 핵심인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1%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장 오는 26일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지 주목된다. 고물가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면 국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재차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이달부터 7월까지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30%까지 확대했지만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이달 유류세 30%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해도 소비자물가는 0.1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친다. 민생 안정을 정책 '0순위'로 내건 윤석열정부에서 탄력세율(경기 상황에 따라 정부 조정하는 세율)을 적용해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13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탄력세율까지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일 배럴당 105.17달러(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인 국제 유가가 14% 이상 더 오르면 추가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유류세 정책 여력이 소진된다는 게 부담이다. 세금 인하로 인한 물가 효과도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까지 높아져도 가격이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38원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정부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기업들의 원자재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 조정관세와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인 페로크롬 할당관세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다. 수입 원료에 붙는 세금을 낮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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