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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BTS 배출한 한국…'아레나급' 공연장 없이 야구장 빌려 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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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이달 라스 베이거스 공연에는 5만여개의 객석이 가득찼다. [사진 하이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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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눈부신 성장에 걸맞지 않게 아직 초라한 분야가 있다. 바로 공연 시장이다. 한국엔 ‘K팝 전용 공연장’ 하나 없다. 공연 인프라 빈국이라 몇 년 전만해도 글로벌 팝스타의 해외 투어에서 한국은 건너뛸 정도였다. 최근 공사에 들어간 ‘CJ 라이브시티’도 첫 삽을 뜨는 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왜 한국에선 대형 공연 시설 만들기가 어려울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 소비력이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K팝 공급자의 글로벌 성과를 이제 내수 시장이 따라잡을 차례다. 관광 산업과 연계하면 성장 잠재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BTS 공연 티켓 판매량 세계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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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티스트 공연 수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티켓 파워’는 세계 5위다.1년 동안 33회 공연을 통해 티켓 133만장을 팔아치웠다. 글로벌 아티스트인 본 조비(131만장), 션 멘데스(118만장), 아리아나 그란데(109만장)를 뛰어넘었다. 세계 1, 2위는 에드 시런(246만장), 핑크(182만장)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런 BTS 성적이 ‘기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한국 공연 시장 규모는 작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에 따르면, 한국 공연 음악 시장(2019년 기준) 규모는 4억4900만달러(약 5716억원)로, 글로벌 1위인 미국(108억8500만달러)의 4%, 2위인 일본의(29억700만달러)의 16% 수준이다. 경제 규모와 인구수를 고려해도 턱없이 작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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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음악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음악 공연장은 보통 홀(5000석 내외), 아레나(1만~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이상), 돔(5만석 이상), 스타디움(7만석 이상)으로 구분한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만 해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3만7000석), 요코하마 아레나(1만7000석), 피아 아레나(1만2000석), 오사카 아레나(1만5000석) 등 음악 전용 또는 공연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목적 아레나가 4곳 이상이다. 한국엔 1만명 이상 수용할 아레나급 공연장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 공연시장 규모…미국의 4%, 일본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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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는 최근 일본 도쿄돔(5만석)에서 3회 연속 공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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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업은 국가가 부유해진다고 자동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여가 시간이 충분하고 무형의 상품에 지갑을 흔쾌히 열 소비자가 많아야 한다. 결국 시장의 성숙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인구 대국이자 소득은 빠르게 증가한 중국의 공연 음악 시장 규모는 2억5800만달러에 그친다. 이는 한국의 57%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공연 산업 성장을 꾀하려면 관광 산업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일본은 음반 산업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고, 내수 시장도 탄탄하다”며 “한국의 경우 내수만 고려하면 아레나 급 공연장을 짓는 대규모 투자가 어렵지만, K팝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동반된다면 충분히 성장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의 ‘2021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 의향이 있는 소비자의 방한 이유 1순위는 ‘K팝 등의 문화 체험 목적’이었다.



한국 방문 이유 1순위 “K팝 등 문화 체험”



지금까지 K팝 공연은 야구장·축구장을 빌려 쓰는 형태로 열리고 있다. 매번 음악 시설과 무대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스포츠 시즌을 피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현재 콘서트 장소로 주로 쓰이는 곳은 서울올림픽주경기장(6만9950석), 서울월드컵경기장(6만6806석), 고척스카이돔(2만5000석), 올림픽공원 KSPO돔(1만5000석·구 올림픽체조경기장) 등이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BTS, HOT, god 등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이 공연했고,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콜드플레이 등이 거쳐 간 곳이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매년 ‘드림 콘서트’가 열렸다. 고척스카이돔은 대한민국 최초의 돔형 야구장으로, 엑소, 빅뱅, 마룬5,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공연했다.

음악 전용 공연장을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몇 만 석을 꽉 채워야 수익이 나는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손에 꼽는다. 빈자리로 공연하면, 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해외 투어로 성과를 내는 K팝 아이돌조차 국내에선 대형 공연장 객석을 채우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돔(5만석)에서 3회 연속 공연을 한 트와이스는 한국에서는 1만5000석대의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단독 콘서트가 최대치였다.



2024년, 한국 첫 아레나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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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문을 여는 국내 첫 아레나 급 K팝 공연장 CJ라이브시티. [사진 CJ라이브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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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K팝 전용 공연장인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첫 삽을 떴다.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도가 2004년부터 일명 ‘한류월드(한류우드·고양관광문화단지)’ 일환으로 추진해 온 것으로 몇 차례 계획이 바뀌었다. 2024년 예정대로 완공되면 무려 20년 만에 결실을 보는 셈이다. 2025년엔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 ‘서울아레나(1만8269석)’도 들어선다.

아레나를 수익 사업으로 키우는 과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공연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선 전용 공연장에선 무대 설치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마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성장세인 K팝으로 해외 관광객 수요를 끌어들여 시너지를 내는 전략도 가능하다. 새 시설로 해외 아티스트 공연 유치도 수월해지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문화 소비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이후로 국내뿐 아니라 K팝 팬덤의 방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음악·방송·숙박 등의 시설과 연계해 전 세계 K팝 팬덤에게 단순한 음악 공연 이상의 ‘확장된 K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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