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범운영 올해 물 건너가…올해 법안 처리 속도
선진국, 시동잠금장치 장착 상용화 추세
미국 등 의무화…음주운전 재범률 낮아져
“국내 실정 맞춰 제도화 본격적으로 나서야”
서울 영등포구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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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의 재범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음주운전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차량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동잠금장치는 차량에 설치하는 호흡 측정기로, 알코올이 감지될 시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다.
2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약 44% 수준이다. 같은 기간 경찰청이 집계한 음주운전 재범률 또한 43~45%이다. 음주운전 10건 중 4건 이상이 이미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운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셈이다. 마약사범 재범률(30%대)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경찰청은 당초 올해부터 시동잠금장치 시범운영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관련 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5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와 논의를 거쳐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한다”면서 “경찰의 운영방침을 재정비하고 시동잠금장치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따져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범운영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앞다퉈 시동잠금장치 장착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198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 최초로 음주운전 방지장치 법안을 채택했다. 현재 50개 모든 주가 음주운전 방지장치 관련 제도를 입법화했고, 버지니아주 등 25개 주에서 모든 음주운전자에 대한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했다. 호주 빅토리아주도 2002년 관련 법률을 제정한 이후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의무다. 스웨덴은 1999년 음주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개인 승용차를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2003년부터는 사업용 운전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핀란드 역시 2005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1년부터 통학버스,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장착을 의무화했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최소 8인 이상을 수송하는 차량과 통학버스에 반드시 장착토록 했다.
미국, 스웨덴 등은 이 장치를 도입한 뒤 최대 90% 이상 음주운전 재범률 감소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내 실정에 맞춰 시동잠금장치 제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라면서 “새 정부가 음주운전 척결에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도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에 포함되는 주세를 음주운전 예방에 활용하겠단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연간 걷히는 주세의 10%(약 3000억원)를 시동잠금장치 지원 등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시동잠금장치가 도입되면 음주운전 재범률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데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시설 확충, 단속확대, 교육강화 등 음주 예방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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