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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검수완박 중재안, 악마의 디테일...이은해 추가 범죄도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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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속 ‘악마의 디테일’을 지적하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듯하지만 보완수사를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단일성·동일성' 규정 조항, 선거 범죄 직접 수사권이 사실상 4개월 이후에 사라지는 조항 등을 두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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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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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은 결론적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되, 당장은 현행 검찰에게 허용된 6개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를 뺀 4개 범죄 수사권을 우선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밖에 국회 내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중대범죄수사청 발족을 논의하고, 이번 4월 임시국회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큰 틀에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비해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살리며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중재안 속 독소 조항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게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게 한 합의 조항(4항)과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이후 4개월로 정한 조항(8항) 등이 문제라는 얘기다.



모호한 단일·동일성 규정, 피의자 빠져나갈 구멍될라



중재안 4조는 검찰에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 검찰이 경찰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사건이나,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취지는 검찰의 무리한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돈 많은 범죄자에겐 면죄부가 되는 반면 힘없는 서민들에겐 상대적인 악법이 될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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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조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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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들부터 이를 지적한다. 김예원(40·사법연수원 41기)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변호사는 지난 22일 대검찰청 공청회에 참석해 "송치사건과 시정조치요구·이의제기 사건 모두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하라는 것인데 차라리 '별건 인지수사를 하지 말라'고 쓰던지, 이 사건이 여죄인지 별건인지를 놓고 건건이 싸울 거냐"며 "변호사를 살 수 있는 피의자는 이걸로 다퉈 빠져나갈 여지가 생기지만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피의자는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48·35기) 역시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죄의 단일성·동일성의 해석이 쉽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예를 들면 ①피의자가 동일한 경우 ②범죄사실이 동일한 경우 ③다수 피의자들이나 다수 범죄사실들 중 일부가 동일한 경우 ④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 등 어느 범위까지 동일하다고 봐야 할지 해석이 어렵다"며 "법 좀 아는 사람들은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부할 이유'가 생기고 법정에서 수사권이 없음에도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위법 수집증거'라는 주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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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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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사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봉숙(47·32기)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장은 페이스북에서 "피의자 A가 아동 1명을 유혹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범죄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는데, 검사가 피의자 핸드폰을 확보해 포렌식하다보니 공범·동종범죄·추가 피해자·협박죄·아동 강간죄·범죄은닉죄 등을 추가로 확인한 사건이 있었다"며 "동일성·단일성 개념에 의하면, 검사는 본건 범죄 수사를 통해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하였음에도 위 범죄 중 어떤 것도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 결과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범죄 혐의점이 드러난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도 법 시행 뒤였다면 추가 범행이 묻힐 수 있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학계도 이 개념의 모호성에 우려를 드러낸다. 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동일성·단일성 개념은 대법원 판례조차 왔다갔다 할 정도로 정립이 안 돼 있는 상태"라며 "단일성과 동일성의 기준을 사건 자체에 맞춰서 볼 것인지, 아니면 법적 평가 기준인 규정에 맞춰 볼 것인지에 따라 재판의 효력, 검사의 기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걸 누가 정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개월 뒤 시행? 6월 지선·공직남용 檢수사 끝



중재안 8조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한다'고 썼다. 7조는 이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 4월 중에 처리한다'고 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계획대로 다음달 초 국무회의에서 공포가 되면 9월 초부터 본격 시행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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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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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범죄 측면에서 보면 유예 기간(4개월)으로서의 의미를 하나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 대상인 선거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다. 이미 상당한 수사 적체를 겪고 있는 경찰이 선거범죄 수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가까운 시점에 검찰로 넘긴다면 검찰은 공소권 행사를 위한 사건 검토 및 보완수사 요구조차 제대로 못한 채 공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하는 선거범죄의 경우 검찰이 수사를 개시했다가도 '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 폐지가 시행되는 9월 초엔 사건을 모두 경찰로 넘겨야 한다.

이와 관련 선거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들은 이날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 건의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수사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너무나도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이 직접 수사가 필요한 선거 범죄를 (검찰 수사 권한에서)제외할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선거법은 적용 대상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기에, 선거 범죄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명백한 이익 충돌이거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함으로 인식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선거 사범은 사건 특성상 사건 관계인이 다수고 은밀한 거래가 많아 많은 수사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만약 경찰에서 5개월여 수사를 하다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할 경우 검찰은 뻔한 사건도 시간관계상 증거수집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혐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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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검찰수사기능 폐지 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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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법학회장 출신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22일 대검 공청회서 "앞으로 4~5개월 안에 검사가 열심히 수사해서 기소하지 못하면 정치인들 수사는 못하게 되고, 사람들은 '경찰에 가서 (사건이) 암장되겠구나'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성준(46·32기) 대전고법 부장판사 역시 공청회에서 "범죄 실체는 단일하고, 수사를 해야 적용 법조를 알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반대로) 적용 법조를 알아야 수사권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상황이 됐다"며 "수사기관 입장에선 (수사 개시 자체가) 직권남용죄를 구성받을 여지가 생기면서 상당한 위험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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