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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금리로 물가 잡겠다" 한은 총재 가계빚 경고…영끌족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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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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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 신호를 줘서 기대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이달 21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4년간 한국은행을 이끌게 된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신분으로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밝힌 답변이다.

요약하자면 1900조원을 향해 불어나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당장 가계의 이자부담이 높아지더라도 가계빚이 더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리가 올라 이자가 불어나면 가계의 입장에서 빚을 내기가 꺼려져 결과적으로 가계빚이 늘어나는 것이 억제되고 증가하더라도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지난해 8월과 11월, 이어 올해 1월과 4월까지 이미 네 차례 걸쳐 0.25%포인트씩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데 이어 추가 인상으로 연내 기준금리가 연 2%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물가가 심상치 않은 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다음달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과 함께 물가 통제를 위해 추가로 더 올릴 것임을 강력하게 예고하면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50%이다.

이에 물가 오름세와 미 연준의 강력한 통화 긴축을 감안해 한은이 연내 세 차례 이상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때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계부실 우려 목소리…배드뱅크 설립 논의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져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자영업자까지 이자부담 증가가 이미 현실화한 만큼 가계부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빚은 공식 집계로 지난해 말 기준 1862조1000억원이다. 통계로부터 4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가계빚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빚이 크게 늘어나면서 '배드뱅크' 설립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수위 홍경희 부대변인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배드뱅크 추진에 대해, "배드뱅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채무 부담 경감 방안은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드뱅크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채권 중 부실채권을 사들여 관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양도하면 배드뱅크는 소상공인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재기를 돕는 구조다.

한은이 최근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의 803조5000억원 대비 13.2%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새 30% 이상 급증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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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금융불안지수 임계치 근접


자영업자 빚도 문제지만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도 우리 경제에는 발등에 불이다. 2년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자영업 등 경기에 생기가 돌리 시작했는데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자영업자 역시 매출 감소를 초래해 경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소비가 줄면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 등을 종합해 한은은 지난 2월 내놓은 종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0%를 5월 수정 전망에서 2%대 중후반으로 낮출 것을 내비치기도 했다.

뛰는 물가도 영끌, 빚투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4.1% 올라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로 국내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인상기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가계에 부담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2월 은행의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22.0%로 되레 전월 대비 1.7%포인트 낮아졌다. 2월중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자금의 80% 가까이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인 셈이다. 이는 한은이 발표한 가장 최신 통계치다.

때문에 한은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을 보면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2월 7.4로 주의단계 임계치(8)에 근접했다. FSI는 크게 3단계로, 0~8은 안정단계, 8보다 크면 주의단계, 22보다 크면 위기단계로 구분한다.

앞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주의단계 6~8개월여 만에 발생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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