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2022년판 외교청서. /NHK방송화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정부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외교청서에서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 섬을 러시아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일본 외무성은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는 러시아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22년판 외교청서를 22일 각의에서 보고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외무성은 외교총서에서 일·러 양국의 평화조약 협상은 “전망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인류가 과거 1세기에 걸쳐 쌓아올린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폭거“라며 “각국이 협력한 제재조치를 통해 일련의 행동에는 높은 대가가 수반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청서는 외무성이 1957년부터 해마다 발간하는 일본 외교의 기본 방침을 정리한 문서이다.
외교청서에 쿠릴열도 관련 ‘불법점거’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2003년판 이후 19년 만이다. ‘일본 고유의 영토’ 란 표현은 2011년판 이후 11년 만에 등장했다. 일본은 대부분 ‘북방 4개 섬은 일본에 귀속한다’고 기술했다가 2019년부터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고려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일·러관계의 온도에 따라 표현을 조정해 온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이었던 일본과 소련은 1956년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쿠릴열도 문제로 평화조약은 맺지 못했다. 양국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인 2018년부터 평화조약 채결을 위한 협상을 다시 진행해왔으나 일본의 대러 제재 참여를 이유로 러시아가 지난달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일본 정부도 ‘불법점거’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판 외교청서의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관련한 대목. /NHK방송화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한일관계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나 이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가 관계의 기본”이라며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이 ‘다케시마(竹島)’라 부르는 독도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면서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표현은 지난해 외교청서와 같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이후 5년 연속 등장했다.
외무성은 전반적인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정치력과 군사력으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지탱해온 시대에서 ‘미중경쟁과 국가 간 경쟁’의 시대로 본격 돌입했다”고 표현했다. 올해 수교 50주년이 되는 중국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본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확대·활발화시키고 있다. 안전보장상 강한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빈도로 새로운 형태로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