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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내 사진 유포하고 희롱한 '스토킹' 가해자,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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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디지털환경에서 이뤄지는 사이버스토킹 등 다양한 유형의 스토킹 범죄를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론 제대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토킹처벌법이 공포된 지 1년이 지난 지난 20일 오전, 한국여성의전화,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과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특히 스토킹처벌법이 "제정 당시부터 스토킹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반의사불벌조항을 포함하는 등 한계가 끊임없이 지적됐다"며 스토킹범죄의 '정의'를 규정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벌어지는 스토킹범죄들은 현행법상 범죄 성립요건인 '지속성과 반복성' 혹은 '(가해행위가) 피해자에게 도달함' 등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피해지원팀 활동가는 "사이버성폭력 피해 지원에서 '도달(요건)'의 성립 여부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스토킹처벌법 제3항의 내용을 꼬집었다. 해당 조항은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하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의해 법률 쟁점이 "'도달'을 증명할 수 있는지"로 모아지면서, 피해자 입장에선 "명백한 스토킹으로 인지"되는 행위들이 법적 범죄론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가해행위가 명백한 피해를 유발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도달'하진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연이 활동가는 "인터넷 게시판에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을 유포하는 경우, 익명 계정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피해자의 사진과 모욕적인 글을 게시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용하는 웹페이지에 침입해 성폭력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 피해자인 척 가장해서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채팅으로 접근한 뒤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경우" 등 한사성 내부에서 수집된 피해 사례들을 그 예시로 들었다.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 위계 질서에 따른 성폭력적 사건이라는 관점이 희미한 채 도달 여부에만 집중하는 것" 또한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문제로 지적됐다.

신성연이 활동가는 "'도달'은 사이버성폭력 피해지원 영역에서 늘 문제였다. 단체 채팅방에서 일어난 사이버성폭력 사건조차 당사자에게 직접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되기 쉽지 않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다루어져 왔다"며 "스토킹 처벌법은 성폭력처벌법이 극복해야 할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성들이 겪는 사이버스토킹 피해는 근본적으로 성의 관계, 성의 지위로부터 발생한다"며 수사와 법률 영역에서 사이버성폭력이 "사이버 공간에 물리적인 몸이 없다는 이유로" 괄시됐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촬영 문제가 불거지고, 웹하드 카르텔, 단톡방 내 성희롱, 텔레그램 성착취 등의 사건을 거치며" 성폭력이라는 문제의 틀이 확장된 것처럼, 스토킹처벌법 또한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고민"을 통해 스토킹의 정의 요건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스토킹의 유형은 비단 사이버스토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발표자로 참여한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실제 스토킹 피해자 상담 과정을 예시로 들며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다수의 여성폭력 피해자는 여전히 자신이 겪은 일을 스토킹으로 명명할 수 있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심지어 신고가 가능한지를 문의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실제 피해자가 겪는 스토킹은 법의 간단명료한 설명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맥락을 가지고 있다"며 "스토킹이 피해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강조해 말했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가해자와의 조우 가능성으로 인해, 소위 '안 좋은 소문' 따위의 주변 시선으로 인해, 혹은 관계상의 불안감 등으로 인해 거주지나 직장, 인간관계, 온라인 계정 등 삶의 터전에서 "축출 당하고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지적이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소관부처에 따라 처벌법(법무부)과 피해자보호법(여성가족부)을 분리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에 관한 법률의 기존 구조와 같은 형식이지만, 처벌법 제정 당시 피해자보호법 제정이 동시에 추진되지 못해 피해 회복과 피해자 지원 사안이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가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고,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 19일 '스토킹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프레시안

▲20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기념 토론회'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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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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