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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물에 빠진 남편, 지켜만 본 이은해…살인죄 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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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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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경기 가평 '계곡 사망'사건 당시 피해자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조현수와 공범이 피해자A씨가 타고 있는 튜브를 강제로 흔들며 괴롭히는 모습이 담겼다. 왼쪽 동그라미 안 인물은 조현수 (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2022.4.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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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와 조현수(30)가 구속됐지만 여론의 분노가 여전하다. 피해자 윤모씨(사망 당시 39세)의 마지막 영상에는 이들이 윤씨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도 윤씨를 조롱하는 모습이 담겨서 대중들 머릿 속에 이들은 명확한 '살인범'으로 각인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재판에서도 살인죄로 처벌받을지는 미지수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입증이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피해자 아내 이은해는 '부작위' 인정될 가능성↑...조현수도 공범 처벌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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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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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은 이씨와 조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구속돼 인천 구치소에 수감된 이들은 이날 검찰에 소환돼 세번째 조사를 받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는 첫 조사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6월30일 저녁 8시24분쯤 구조요원이 없는 틈을 타 수영을 못하는 윤씨를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 물에 뛰어들도록 유도한 후 구조하지 않아 죽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윤씨가 사망하자 3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보험회사에 8억원 상당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윤씨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당시 계곡에 함께 간 조씨의 친구 A씨(30)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형법상 부작위는 '마땅히 할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 개념이 없어서 '마땅히 할 행동'에 대한 해석의 범위가 좁다. 통상 물에 빠진 누군가를 안 도와줘서 사망했더라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사망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부모, 구조대원 정도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형법은 이를 '보증인 의무'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준석 선장(당시 70세)이 2015년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의 유죄가 확정됐다. 선장으로서 승객들을 보호할 의무를 포기했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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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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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도 보증인 의무가 어떻게 인정될지 따져봐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은해, 그리고 조현수와 공범 A씨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씨는 윤씨와 법적 배우자 관계였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 간에는 법적으로 서로를 보호할 의무가 당연히 인정된다.

실제 1992년 대법원은 저수지에 빠진 조카를 구하지 않아 숨지게 한 삼촌 이동룡씨(당시 34)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삼촌인 이씨에게는 조카들이 물에 빠지면 구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봤다. 조카 1명의 경우 소매를 잡아당겨 빠트리는 등 범행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도 판단했다.

조씨와 친구 A씨는 사망한 윤씨와 법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렇더라도 이은해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검사출신 김종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은 "이들이 사건 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공모한 정황이 휴대전화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밝혀지면 충분히 부작위에 의한 살인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119 구조신고가 이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사고 당일 저녁 8시24분 가평소방서에는 "계곡에서 다이빙한 후 익수한(물에 빠진) 상태에서 (피해자 윤씨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밤 9시7분에 윤씨를 건졌다.

실제 2010년 인천에서 '낙지 살인 사건' 발생해 피고인 김모씨(당시 32세)가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데도 119 신고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여자친구 A씨(당시 21세)가 산낙지를 먹고 숨졌는데, 보험금을 김씨가 받게 돼 있어 보험사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가 모텔 종업원에게 119 신고를 요청한 점이 김씨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

형사 전문인 김범한 변호사는 "계곡 살인 사건도 이씨와 조씨 일행이 결국 119 신고를 한 점이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검찰은 신고가 너무 늦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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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형법상 살인 범죄는 고의 또는 '이러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검찰은 이씨 등이 일부러 윤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해졌다.

검찰은 계곡에 함께 여행 간 조씨의 친구 A씨 진술을 받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A씨의 입에서 이씨와 조씨가 살해를 공모했다는 증언이 나오면 수사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마약류관리에관한 법 위반 혐의로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출소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A씨는 조사에서 이씨와 조씨 범행에 관해 진술을 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A씨 조사 내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철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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