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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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오는 25일부터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과 12월 0.5%포인트씩 낮춘 데 이어 세 번째 인하다. 성(省) 범위 내에서 운영하는 중소은행인 도시상업은행의 지준율은 추가로 0.25%포인트 더 낮아진다. 이번 인하로 중국 금융권의 가중평균 지준율은 8.1%가 된다.
지준율은 은행 등 금융사가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현금 비율로, 이를 낮추면 은행 등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인민은행은 “농민과 소기업 등 시장의 취약한 고리에 자금 조달을 해 유리한 유동성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번 지준율 인하로 가계와 기업에 5000억 위안(약 96조3000억원)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돈줄을 푸는 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져 상하이와 선전 등 대도시 봉쇄가 이어지며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은 올해 5.5%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역 봉쇄가 4월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공식 목표를 크게 하회할 수 있고, 도시 폐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3%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소 45개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로 중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위기감 속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경제 하방 압력을 늘리는 국내·외 환경 변화가 예상을 넘어섰다”며 “거시 경제 정책의 강도를 높여 민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가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공식화하는 20차 당대회를 앞둔 만큼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 감염자 나와 봉쇄된 중국 상하이의 아파트 입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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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준율 인하는 '언 발에오줌 누기'란 지적이 많다.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 지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에서 지준율 인하는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유동성 공급이 봉쇄 조치로 인한 공급망 중단이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재무학 교수도 “수요가 강력하다면 유동성 확대로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빌려서 생산을 늘리겠지만 지금 중국의 문제는 그게 아니다”며 “최근 봉쇄 조치로 소비가 엄청나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인민은행이 오는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오는 18일 발표되는 1분기 GDP 성장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섣부른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에도 부담스럽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금리 차가 확대되면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이미 중국 채권을 1125억 위안, 주식을 450억 위안어치 순매도했다. 자금 유출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인민은행은 지준율 관련 공지를 하면서 “대수만관(大水滿灌)을 하지 않고 안팎의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수만관(大水滿灌)은 농경지에 물을 가득 댄다는 뜻으로, 중국 통화 당국은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 이 표현을 사용한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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