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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연소' 37살 女총리, 이번엔 역사적 '나토 가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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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막달레나 안드레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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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몇 주 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두 여성에게 전 세계가 주목했다. 산나 마린(37) 핀란드 총리와 막달레나 안데르손(55) 스웨덴 총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전통을 깨고 나토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두 여성 총리 활약에 눈길이 쏠린다.



34세 총리 취임…15년 동거남과 결혼



마린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난 2월만 해도 “가까운 장래에는 나토에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50여일 만에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매우 빨리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달 1일 군사 중립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핀란드에는 역사적인 결정”이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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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핀란드 의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듣고 있는 산나 마린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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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1949년 나토 결성 이후 군사 중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경을 맞댄 구소련과 두 차례 전쟁을 치른 과거 때문에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는 모양새다. 14일 BBC에 따르면, 최근 핀란드 여론조사 결과 나토 가입 찬성률은 지난 2월 28%에서 3월 62%로 급증했다. 이 역사적 순간을 30대 여성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마린 총리는 2019년 12월 34세로 취임해 세계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 기록을 보유한 이슈 메이커다. 지난 2020년 노브라 화보로 핀란드 패션잡지 표지에 등장했던 그는 이날 정상회담엔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이었다. 국회의원이던 2018년 딸을 출산한 그는 2020년 15년간 동거한 배우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사민당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여점원’ 총리 조롱에 “매우 자랑스럽다”



그의 성장 배경은 남다르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만 둘이 있는 성 소수자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지난 2015년 인터뷰에서 “가족관계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엄마는 나를 항상 지지해주고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15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학 진학 전 가게 점원으로도 일했다.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동거를 시작한 것도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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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국회의원이던 2018년 딸을 출산했다. 딸을 데리고 의회에 출근했을 때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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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총리는 15년간 동거 끝에 지난 2020년 결혼식을 올렸다. 딸을 출산한 지 2년 만이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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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 재학 중 20살에 핀란드 사회민주당에 입당했고 2008년 탐페레 시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가 27살이던 2012년 당선돼 시의회 의장까지 지냈다. 2015년 의회에 입성한 후 무서운 속도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2017년 사민당 부의장이 됐고, 2019년 교통통신부 장관이 된 지 6개월 만에 총리가 됐다. 장관 시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항공 협약을 체결한 적 있다.

그는 총리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 번도 내 나이나 성별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와 우리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은 문제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각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인선했는데, 그중 4명이 35살 미만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에스토니아의 마르트 헬메(73) 내무장관이 마린 총리를 ‘여점원’(sales girl)이라고 조롱해 논란이 됐다. 마린 총리는 이에 “난 핀란드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여기선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공부해서 인생의 목적을 이루고, 현금 수납원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응수했다. 또 “핀란드는 블루칼라 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난 모든 종업원, 상인, 기업가들이 하는 일을 매우 존중한다”라고도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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