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2.4.1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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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총재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4%를 넘긴 만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었다는 게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처음으로 참석하게 될 5월 금통위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을 드러내는지에 따라 추가 인상 횟수가 달라질 수 있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1.5%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한은이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조정한 것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란 결정을 내린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이날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상황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총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이미 연 4%를 넘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6으로 전년동월 대비 4.1%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4%를 넘긴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간으로도 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1월 평균 배럴당 83.1달러에서 지난달 배럴당 113.1달러까지 뛰었다. 지난해 평균인 배럴당 69달러와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주 금통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간으로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미국과 한국 정책금리간 차이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본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주 금통위원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환율과 자본 유출입은 경제 펀더멘털에도 영향을 받는데 경상수지 흑자와 정부부채 비율, 해외 순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면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내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은 3,4분기에 한번씩 더 올려서 연말에는 2%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물가 고점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현재로서는 0.25%포인트씩 두번 올려 연말에는 2% 근방으로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최근 물가의 급격한 상승이 수요 증가보다는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따른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수요를 억누르는 금리인상으로 물가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유가 등의 영향을 뺀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역시 2.9%로 높은 수준이고,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내리면 수입물가도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상승만 보면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덜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환율상승을 억제해 (수입)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물가안정만 봐도 금리인상은 잘한 결정이고 금융안정 쪽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물가 외에도 경기가 기준금리 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3%)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나 속도가 빠른 경우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 기준금리 컨센서스(평균 시장전망치)는 2%인데 하반기엔 물가 외에도 경기에 대한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며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5월 금통위부터 들어오게 될 텐데 새 한은 수장의 입장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성과 속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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