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2014년 러시아 침공 뒤 우크라군 전면 개혁 진행
실전 훈련부터 군관리방식까지 효율적으로 변화
의사결정권 최대한 아래로 내리는 임무명령과
목표 따라 전력 확보케 하는 전투 능력 개념 등
우크라군 효율적이고 기민한 군대로 탈바꿈
실전 훈련부터 군관리방식까지 효율적으로 변화
의사결정권 최대한 아래로 내리는 임무명령과
목표 따라 전력 확보케 하는 전투 능력 개념 등
우크라군 효율적이고 기민한 군대로 탈바꿈
[키이우=AP/뉴시스] 3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러시아군 진지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군 병사의 손이 보인다. 2022.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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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을 성공적으로 기습 공격한 우크라이나군 안드리 쿨리시 중위는 캐나다육군에 감사를 표했다. 캐나다 육군은 지난해 여름 쿨리시 중위의 연대에 시가전, 야전 전술, 전장 의료 등을 훈련했었다. 캐나다, 영국, 루마니아와 미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켜왔다.
이들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사병과 장교는 물론 국방부와 국회의 군관련 위원회까지 변화시켜온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NATO 회원국들의 이같은 노력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장비가 막강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NATO 회원국들은 지난 8년 동안 매년 1만명 이상의 군인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소련식 경직된 명령체계를 군인들이 스스로 생각해 움직이도록 하는 서구식 표준를 따르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쿨리시 중위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동료들이 "NATO 훈련과정에서 배운 것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훈련 사실을 널리 알리지 않아왔다. 또 훈련을 통해 러시아에 관한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조용하게 접근한 이유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지역에서 몇년 동안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반군들과 전투를 벌여왔다.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에는 유럽에서 가장 실전경험이 많은 군인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실전경험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NATO의 훈련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NATO 지휘관들은 러시아군과의 전투가 어떤 양상이 될 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훈련에 참여한 서방 장교들이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24일 쯤 우크라이나군은 대부분이 훈련을 받은 상태로 8개 NATO 회원국이 진행하는 훈련의 실전 교육은 대부분 우크라이나군 강사가 담당하는 수준에 올랐었다. NATO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훈련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몇 년에 걸친 지원과 도움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NATO의 우크라이나군 훈련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진행한 훈련보다 성과가 월등했다. 자문관들은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크며 중앙정부의 관료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경우가 없지 않지만 국가의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편 무엇보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반군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분명한 적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가능성을 침공 이유로 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후 가입의사를 포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들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군은 NATO의 방식으로 전쟁하는 법을 배웠고 전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규모 부대 편제방식은 우크라이나군 재건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NATO 자문관들은 군에 대한 시민의 우위, 전문검열, 외부 감시, 보급 전문가 등 소련식 군대에겐 생소한 개념들을 가르쳤다.
NATO 자문관들은 병력과 무기보다 지휘관이 목적을 설정하고 목적 달성에 필요한 병력과 무기를 확보하도록 하는 전투능력 개념을 이식시켰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NATO는 무임소 장교 개념을 도입했다. 경험많은 군인을 선정해 최고 사령부와 야전 부대간 연결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NATO 국가들은 또 우크라이나군 지도자들이 임무명령이라는 방식을 도입하도록 지원했다. 임무 명령은 전투 목적을 높이 설정하면서 의사결정권을 가능한 한 지휘체계 말단의 병사까지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군의 소련식 방식은 고위 장교가 내리는 명령에 말단 군인들이 이의를 달거나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다.
안드리 자고로드뉵 전 국방장관은 "이 점이 정말 큰 차이"라면서 "무임소 장교 임명과 임무 명령 방식으로 효율성이 몇 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쿨리시 중위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사고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훈련의 효율성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스탈린시대의 전술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대포부터 쏜 뒤 "우리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고깃덩이(러시아 군인)들을 던진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고 민첩하기에 "러시아군을 혼란시킨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훈련이 처음 시작된 건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부터다. NATO는 "우크라이나의 유로-대서양 통합 전략 단계"라는 실행 계획을 작성해 우크라이나가 NATO의 민주주의 기준과 직업군인 및 군에 대한 민간우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정했다. 초기에 이런 노력은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큰 자극제가 됐다.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개혁을 명령해 NATO의 노력을 뒷받침했다. 서방 장교들이 폴란드에서 16km 떨어진 야보리우의 388평방km 크기 훈련장을 주목했다.
이 훈련장에서 현대적 전술, 야전의료처치, 민간 비상 계획, 드론과 전화 해킹 등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 등 모든 것을 전수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관리 방식도 보다 효율적으로 전환시켰다.
2017-18년 야보리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킨 캐나다 육군 대령 크리스토퍼 리브스는 자신이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 150명이었던 훈련대상자들이 떠날 때는 400개 이상의 전투단으로 늘었다고 했다.
야보리우 훈련장에서는 미 육군 주도로 10여개국이 참가하는 연례 합동훈련도 진행됐다. 루비즈네시를 방어하고 있는 쿨리시 중위는 2016년 이래 야보리우에서 받은 폭발물 운영과 야전 전술 훈련이 최근 몇 년 동안 돈바스 지역에서 그가 속한 신속대응연대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돈바스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군인들은 야보리우 훈련 교관에게 전투경험을 피드백했다. 야보리우 훈련장 설립을 담당한 니모시 맥과이어 예비역 소장은 2018년 우크라이나군 장교들을 독일에서 진행된 대규모 NATO군 훈련을 참관하도록 초대했다. 방어진지 구축과정을 살펴본 우크라이나 장군이 맥과이어장군에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어군이 위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충분히 분산 배치돼 있지 않으며 참호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고 했다. 이 논의가 뒤에 우크라이나군 훈련과정에 반영됐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돈바스 지역에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군인들이 전투에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피드백했다.
우크라이나 수도에선 직업군인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법과 능력 평가 및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법 등 관료주의적 장치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장점에 근거해 지휘관을 임명하는 제도가 정착됐다. 리브스 대령은 "전투 경험이 예산권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승진 체계가 제대로 된 근거에 따라 변화했다"고 말했다.
군에 대한 민간 우위 원칙의 확립은 군의 부패와 낭비를 제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자로로디뉵 전 국방장관은 "러시아에선 군대에 도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해 우크라이나군 변화의 성과를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군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훈련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지난해 10월부터 2월까지 우크라이나 지상군 훈련을 담당한 빌 로스 영국 육군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에 NLAW 대전차 미사일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속도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군 40명을 가르치는 영국 보병 대대가 우크라이나 전국에서 온 우크라이나 보병 80명을 가르쳐야 했다.
"3,4일 만에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야만 했다"는 로스 소령은 직접 훈련받은 군인들이 수백명에 불과하더라도 이들이 다른 군인들을 훈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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