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네이버서 Z세대 뺏어왔다…‘덕질 놀이터’ K팝 팬플랫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K팝 팬플랫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포부가 현실이 되고 있다. 팬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는 팬덤이 급증했다. 이용 시간 면에서 하이브·YG의 ‘위버스’는 이미 팬 플랫폼의 원조인 네이버 V라이브를 넘어섰다. M세대의 네이버·카카오·인스타그램처럼, 팬 플랫폼이 Z세대의 핵심 ‘디지털 놀이터’로 진화 중이다.

지난 10일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입점한 위버스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위버스의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93분으로, 네이버 V라이브(86분)보다 길었다. 특히 아티스트가 컴백하는 달은 이용시간이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월평균 이용시간이 145분으로 뛰었다. 이달 이용자들이 평균 2시간 25분을 아티스트와 소통하거나 굿즈를 쇼핑하며 위버스에서 보냈다는 의미다. 위버스의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0년 40만대에서 지난해 50만대로 증가했다.

소통 단계부터 유료화한 SM·JYP의 ‘버블’은 위버스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수익성에서는 ‘알짜’다. 에스파·NCT 등 SM 아티스트를 모은 ‘리슨’의 MAU는 2020년 13만대에서 최근 18만대로 올랐다. 트와이스의 ‘JYPnation’은 지난해 2만대에서 최근 4만대로 상승했다. 둘 다 ‘버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며, 아티스트 1명당 4500원의 구독료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버블 구독자의 67%가 20대, 24%는 10대 이하라는 점에서 미래 주요 소비계층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

K팝 산업의 미래 먹거리 팬플랫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네이버 V라이브는 여전히 규모 면에서는 국내 최대 ‘덕질(팬 활동)’ 플랫폼이지만, 지난 2년간 위상이 떨어졌다. MAU는 2020년 5월 179만에서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해 110만~140만대, 지난 2월 98만대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도 2020년 120분에서 지난해 86분, 올해 62분까지 떨어졌다. 결국 네이버는 지난해 하이브에 4119억원을 투자하며 V라이브를 양도하고, 위버스와 서비스를 통합하기로 했다. 올해 말 V라이브는 위버스에 흡수돼 ‘위버스 라이브’라는 통합 서비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플랫폼은 이용자 수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얼마나 앱을 자주 이용하고 오래 머무는지가 사업의 잠재력과 수익 모델 구축에 필수적”이라며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뿐 아니라 기존 이용자 이탈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BTS 팬이라면 위버스를 끼고 살 수밖에 없게 끊임없이 ‘미끼’를 던진다. 예컨대, 하이브는 지난 8일(현지시각) BTS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때 좌석 배치도와 대기 시간, 굿즈 판매소, BTS 테마 객실이 운영되는 11개 호텔 위치 정보 등을 위버스를 통해 제공했다. 위버스 없이는 BTS 공연도 즐길 수 없는 형국이다. 그동안 팬 플랫폼은 코로나19로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엔터업계의 부가 수입 정도로 여겨졌지만, 콘서트 재개와 함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신성장 동력으로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중앙일보

팬 플랫폼 경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이브도 위버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는 BTS와 블랙핑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지난해 미국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를 계기로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해외 아티스트도 영입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V라이브와 통합되면 명실상부한 1위 팬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다.

SM 버블의 확장세도 만만치 않다. JYP뿐 아니라 에프엔씨·젤리피쉬 등 다양한 소속사의 아티스트로 라인업을 넓힌 데 이어 배구선수 김연경, 야구선수 최지만,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김아랑 등 스포츠 스타도 입성했다.

엔터업계 관심사는 어느 플랫폼이 K팝 최강자가 될 지에 쏠린다. 만약 카카오가 SM을 인수할 경우 네이버-하이브-YG의 위버스와 카카오-SM-JYP의 버블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된다. K팝 플랫폼의 쌍두마차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와 네오위즈의 ‘팹’ 등 팬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IT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팬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과 스포츠 스타, 해외 아티스트 등의 영입을 통해 선점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팬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