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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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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민간인 학살’ 러시아 자금줄 끊는다… 에너지 분야 첫 제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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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제품에 고관세 부과… 에너지 전면 금수
EU, 러 석탄 금수·연간 5조원 차단… 석유 제외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화상을 통해 미국 의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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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국제사회가 고강도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의회는 그간 러시아에 주어졌던 관세 우대 특혜를 폐지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승인, 처음으로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대(對)러시아 제재 관련 법안 2건을 재적 의원 100명 ‘만장일치’로 최종 가결했다. 곧바로 하원도 법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제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았다.

이번 법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부여됐던 무역관계상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혜국 대우가 사라지면 미국은 러시아 및 벨라루스 상품에 징벌적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WP는 “북한과 쿠바에 이어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왕따’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법안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러한 조치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 계획을 밝혔거나 행정명령을 통해 이미 시행 중이지만, 의회 차원에서 대러 제재 의지를 공식화하고 입법적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미 언론은 설명했다. 앞서 상원은 전날 밤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물자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무기 대여(Lend-Lease) 법안’도 만장일치로 처리해 하원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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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러시아 제재안을 논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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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이날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 등을 담은 대러 5차 제재안을 승인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EU가 러시아 에너지 분야를 겨냥한 제재를 내놓은 건 처음이다. EU는 전체 석탄 물량 4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데 금액으로는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 규모다. AP통신은 “이번 제재는 에너지로 엮인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 단절이라는 ‘금기’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EU는 연간 55억 유로(약 7조3,000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산 원자재 및 장비 수입을 차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두 딸 등 개인 200여 명도 제재 목록에 올렸다.

다만 모든 종류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한 미국과 달리, 석유와 가스는 EU 회원국 간 이견으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스 40%, 석유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대체 공급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석탄은 전체 에너지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다. AP는 “크렘린을 제재하겠다는 도덕적 결의를 보여준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다음 제재 대상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검토하고 있다”며 제재 확대 의지를 내비쳤으나,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G7은 “에너지를 비롯한 러시아 경제 주요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기로 했다”며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단계적 축소를 거쳐 결국 전면 금지할 계획이며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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