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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갑질·불법촬영…'인격권 침해' 손배소 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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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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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갑질, 불법 촬영, 학교폭력 등 개인의 인격을 훼손한 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간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던 '인격권'을 법무부가 민법에 명문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또 미성년자가 부모의 과도한 빚을 떠안지 않도록 성인이 된 후 상속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5일 인격권과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인격권이란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인격권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통해 인정돼 왔지만, 법문을 통해 규정돼 있지 않았기에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디지털성범죄나 불법촬영 및 녹음, 가짜뉴스 유포, 개인정보 유출 등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가 다변화·심화되고,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증가하면서 인격적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법령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법무부는 민법 제3조의2 1항을 신설해 인격권을 규정하고, 민법 제3조의2 2항도 신설해 인격권 침해를 중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아울러 자연인이 아닌 법인도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개인에 대한 인격권을 준용한다는 규정도 마련했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기존의 민법 체계는 소유권과 채권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와 대등한 권리로 인격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격권 명문화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사람의 인격권이 침해됐지만 형법상 죄로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도 민법상 인격권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이나 침해 중지, 예방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실익이 있다"고 말했다.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지면 인격권 침해 입증, 인정되는 배상 규모 등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 심의관은 "인격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와 이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문제는 앞으로 판례나 학설로 구체화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법무자문위원으로 법안 개정에 참여한 김상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적 피해를 기준으로 인격에 위법한 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무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권영준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인격권 개념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던 과거에도 법원은 인격적 피해가 인정되면 위자료 지급을 명령해 왔다"며 "그간 쌓인 판례가 있어 인격권 도입으로 인한 혼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무부는 또 미성년자가 부모의 과도한 빚을 떠안지 않도록 성인이 된 후 '상속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도 이날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 경우에도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해 미성년자에게 상속채무가 전부 승계됐다. 이에 법무부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성년이 되기 전에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표명하는 제도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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