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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뛰는 유가에 밥상 물가…한은 “연간 물가상승률 3.1%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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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긴축의 속도를 높이는 데다 국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움직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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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종전 전망치인 3.1%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을 5일 내놨다.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1,978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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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5일 오전 8시 30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하고 이런 결과를 내놨다. 이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 2월 전망보다 향후 물가 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날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기록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데다, 수요 회복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외식과 가공식품의 가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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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은은 이런 물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2%)보다 1.1%포인트 높은 3.1%로 상향 조정했다. 이때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제 유가만 살펴봐도 한은이 지난 2월 예상한 올해 연평균 유가 수준은 배럴당 83달러(두바이유 기준)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3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3.1달러를 기록했다. 물가 전망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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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140.7포인트)는 1년 전보다 14.8% 상승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12%, 러시아는 18%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세계식량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의 상승압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혹은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국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미국 연준이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1.5%로 오른다. 현재 1.25%인 한국의 기준금리가 보폭을 맞춰 인상되지 않으면 한·미 금리역전도 발생할 수 있다. 금리가 역전되면 이자를 더 주고 더 안전한 자산을 찾아 외국인 자본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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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볼 때 한미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 원화 가치가 절하(환율 상승)되는 쪽으로 작용해 물가에 미칠 영향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달러 등으로 지급해야 하는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의 수입 가격이 오르게 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지게 된다.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는 5월 금통위 때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물가와 제반 여건을 보면 4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지만, 한은 총재 부재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5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여유가 있는 만큼 5월 FOMC 결과를 본 뒤 금리를 올려도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고채 금리는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2%포인트 오른 연 2.879%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4월24일(2.88%) 이후 8년 만의 최고치다.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이 매입에 나서며 오전 중 2.782%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날 오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커진데다,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15%포인트 오른 연 3.080%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10년물과 3년물 간 장단기 금리차는 0.201%포인트로 2019년 10월 10일(0.183%포인트)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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