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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4%대 물가상승 '공포'…기름값서 옮겨붙어 전방위 확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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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물가상승률 4.1%…10여년만 최대폭

우크라發 원자재값 급등 영향…석유류 1년 전보다 31.2% 급등

정부, 유류세 '30% 인하' 카드 내놨지만 체감 미미

한은 "당분간 4%대 상승…연간 상승률 전망치(3.1%) 크게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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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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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손선희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를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는 등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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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결국 4%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전망치(3.1%)의 대폭 상향 조정을 시사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의 주범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석유류는 31.2%나 올랐으며 가공식품을 아우른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3.1% 올랐는데, 특히 개인 서비스 중 외식이 6.6% 급등했다. 이는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3%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폭이다.

10년 3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를 ‘터치’한 정부는 기름과 원자재 가격 대응을 중심에 둔 물가 안정 정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게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1일 40㎞, 연비 10㎞/ℓ 주행 가정 시 휘발유 기준 3만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유류세 20% 인하 때와 비교하면 비용 부담이 1만원 줄어든다.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과 차량용 부탄(LPG) 판매부과금 감면은 서민 생계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원자재 대응 차원에서는 할당관세 0% 적용 품목을 2차전지 및 자동차 공정으로 확대하고 수급 우려가 있던 사료용 밀·옥수수 등도 대체 입찰을 통해 최대 내년 1월까지 추가 물량을 확보했다. 가공식품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칩용감자는 계절관세 비적용 기간(5~11월)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고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복병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도 30~40년 만에 6~7%대의 최고 수준 물가 오름세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發 고유가, 물가에 본격 반응…한은, 금리상승 속도 내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高)유가 기조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관리를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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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폭탄 맞은 3월 소비자 물가=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보인 것은 공업제품이 6.9%의 상승폭을 보이면서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이는 2008년 10월(9.1%)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공업제품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변동성이 커진 석유류(31.2%) 영향이 압도적이었다. 1년 전에 비해 휘발유는 27.4%, 경유 37.9%, 등유 47.1% 각각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달 물가 상승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오름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유가 같은 일시적 공급요인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고 산출한 근원물가지수는 3.3% 오르면서,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개인서비스(4.4%)를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도 3.1% 뛰었다. 여기에는 1년 전에 비해 2.0% 오른 집세도 반영됐다. 올해 들어 소비수요가 회복된 데다 국제곡물 가격 및 누적된 농축수산물 상승분에 의해 각종 재료비도 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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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최대치 인하…재계 ‘추가대책 필요’ = 에너지·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문재인 정부 들어 2번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내놨다. 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은 종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기간도 오는 7월까지 연장했다.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연안 화물선 등에는 경유가 연동 보조금을 한시 지급한다. 이 밖에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할당관세 제외 품목을 추가했다.

그러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재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 비축 증대, 원자재 매점매석 및 재수출 금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추가적 관세·조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외에도 원유·천연가스 수입 관세 폐지, 공공요금 동결 등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연간 3.1% 상회"‥금리 인상 서두를 듯= 유가에 의한 ‘물가 쇼크’가 가시화하면서 한은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인플레이션 대응에 본격 나섰다.

이 부총재보는 "올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지난 2월 전망 당시 전제(두바이유 기준 83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할 가능성이 큰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긴축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물가 상승 흐름에 맞춰 올해 두세 번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단 오는 1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는 총재 없이 기준금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 긴축 속도는 5월부터 본격화해 올 연말 2.0%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석유류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전이되고 있고, 이미 선진국에선 주거비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됐다"면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빅스텝’이 있지 않는 한 물가가 떨어질 요인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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