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올해 1분기 상장사의 실적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 휘발유 가격.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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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1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180여개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실적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코스피+코스닥) 183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지난 3일 기준 49조579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186억원)보다 3.7%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1.2% 상향 조정됐다.
상장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1분기 성적표의 점수를 좌우한 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늘어난 원인도 유가 급등이 호재로 작용한 정유업체들이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동안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눈에 띄게 오른 업종도 석유·가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석유·가스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3조4207억원)는 한 달 전(2조6833억원)보다 27.5% 뛰었다. 46개 업종 중 1위다. 유가가 치솟으며 정유사의 원유 재고평가 이익이 급등한 데다 정제마진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덕분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3월 말 배럴당 107.71달러로 연초(배럴당 76.88달러)보다 40.1% 뛰었다.
1분기 영업이익 상향조정 업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종목별로는 에쓰오일(S-OIL)의 영업이익(전망치) 상향 폭이 가장 컸다. 증권사들은 에쓰오일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987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한 달 전 전망치(6388억원)보다 55%나 높다. SK이노베이션도 정유 사업 호조로 영업이익 전망치(7546억원)가 한 달 전(5755억원)보다 31.1% 상향 조정됐다.
원자재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도 있다. 자동차부품(-1.7%)과 디스플레이·부품(-2.8%)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새 일제히 하향조정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악화로 부품 수입 비용이 늘며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유연탄 가격 급등 영향으로 시멘트 업체 쌍용C&E(-37.2%)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만에 30% 넘게 낮춰졌다. 최근 증권사(-5%)와 백화점(-1.2%), 건설업종(-0.9%)도 실적 전망치가 하향됐다.
1분기 영업이익 상향조정 상위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오는 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순항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산업 비수기인 1분기에 처음으로 ‘70조원 매출 벽’도 뚫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예상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4.8% 오른 75조823억원이다.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13조280억원)도 1년 전(9조3829억원)보다 38.9% 늘어날 전망이다. 한 달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0.1% 소폭 하향 조정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TV 등의 완제품이 생산 차질을 빚거나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증권사) 예상보다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가 1분기에 5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의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일부 업종의 실적 '착시 효과'의 영향도 있는 데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장사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게 아니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정유주 실적이 단기간 개선된 영향이 크다”며 “만일 증권사 예상(컨센서스)보다 실적이 부진하면 코스피는 2700선 아래로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제조업 일부 업종은 원자재 가격 부담을 반영해 영업이익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며 “여기에 미국의 긴축 행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각종 대외 변수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진 박스권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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