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에 대법원 거쳐 파기환송서 징역 8년 선고…운전자 측 4일 재상고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씨의 친구들이 지난해 1월25일, 음주운전자의 재판이 열리는 2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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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8년이 선고된 음주운전자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53)씨 측 변호인은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파기환송심이 열린 지 엿새 만이다.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이른바 ‘윤창호법’)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파기환송심에서 1·2심과 같은 형량이 떨어지자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재상고를 기각하면 김씨의 형은 확정되며, 앞서처럼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지면 다시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항소 이유의 요지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어 “재판에서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 음주운전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이 사건은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방의 차량신호가 정지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진행해 피해자를 사망하게 이르게 한 것으로서 그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은 주의력과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만연히 운전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크고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났고, 유족은 슬픔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며 유족에게 사죄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유족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태도만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적극 참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위험운전치사로 인한 부분이 양형에서 결정적이라는 점을 종합 감안해 형을 정했다”는 설명을 끝으로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한동안 고개 숙인 채 재판부의 말을 듣고 있던 김씨는 선고가 내려진 후, 방청석을 잠시 보고는 법정을 떠났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형량이 파기환송 전보다 다소 감경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판부는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당시 28세)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만취 상태였던 김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구형량(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이라는 이례적인 선고를 내렸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각막 이식 수술로 오른쪽 눈엔 렌즈를 착용하지 못했고,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당황해 피해자를 보지 못한 것을 참작해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김씨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점을 파기환송 이유로 들었다.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영향이다. 해당 조항은 2회 이상의 음주운전을 하면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가중처벌하게 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거 음주운전 적발로 특정한 형량이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없고, 기간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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