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민주인권파크 조성 국가사업으로…새 정부 국정과제 반영"
덩그러니 남은 신발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이 방에 박관현 열사가 수감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1일 5·18 사적지인 옛 광주교도소 내부를 둘러보던 광주시 5·18 정책연구 특별팀(TF) 위원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미결수 방 안을 들여다봤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낡아빠진 이 방은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을 만큼 좁디좁았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은 이 어둡고 차가운 방에서 박 열사는 단식 투쟁을 하다 29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 열사는 5·18 직전 신군부가 재야인사를 잡아들이자 도피했다가 결국 1982년 붙잡혔다.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5·18 진상규명과 재소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워낙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수용되다 보니 한 사람이 들어갈 공간에 여러 명을 수감해 새우잠도 자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5·18 관계자는 설명했다.
옆으로 빼곡히 늘어선 두꺼운 철문과 철창에 5·18의 기억이 담겨있는 듯했다.
옛 광주교도소 혼거실 |
옛 광주교도소는 또 다른 측면에서 5·18의 비극적 역사를 잘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숨진 시민들을 교도소 인근 부지에 가매장했다가 항쟁이 끝난 뒤에야 발견된 바 있다.
항쟁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들이 암매장됐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곳이기도 하다.
광주시는 2010년부터 이곳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민주인권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을 도시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접근했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한 개발이 아니다 보니 옛 광주교도소를 원형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민주인권기념파크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광주시 5·18 정책연구 특별팀(TF) 위원들은 이날 옛 광주교도소를 둘러본 뒤 국정과제 반영을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옛 광주교도소를 민주인권기념파크로" |
이에 앞서 광주시는 5·18 현안 공약반영 실행반'을 미리 구성해 대통령인수위원회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등을 찾아가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고 국정과제 반영을 요청했다.
광주시는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5·18에 대한 관심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인권기념파크가 국가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과 5·18 기념재단, 5·18 세계기록유산 보존시설(수장고) 등 민주인권시설을 집약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완 5·18 정책연구 특별팀 위원장은 "옛 광주교도소는 5·18은 물론 대한민국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라며 "국제적으로도 인권과 민주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광주에 자유인권민주연구원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차기 정부는 광주시민들의 뜻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서 민주인권 공간이 보존되는 정책을 확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5·18 당시 시민들 가둔 옛 광주교도소 |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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