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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쇠젓가락 들고 다녀야하나"…편의점서 일회용품 못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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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월 1일부터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30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이를 대비하기 위해 머그잔과 유리잔을 정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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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일회용품 사용을 당장 금지하면 그 사람들은 어디서 식사를 하죠?"

정부가 4월 1일부터 카페, 제과점, 편의점, PC방 등 식품접객업 매장을 상대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제한하고 나선 가운데 편의점주들은 매장 내에 취식을 중단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매출에도 영향이 있지만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 걱정도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나 취업준비생 등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결식아동에게 지급되는 꿈나무카드의 경우 지난해 전체 지출액 337억원 가운데 편의점에서 사용된 비율은 49%(167억원)에 달했다. 제과점 지출 규모는 42억원, 한식·중식 등 일반 식당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지출은 128억원으로 집계됐다. 결식아동의 절반가량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셈이다.

일회용품 규제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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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경우 제품 형태에 따라 일회용품 제공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는 등 현장에서 소비자와 점주가 당분간 불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일회용품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불분명한 지침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편의점 내 일회용품 규제 조치와 관련해 담당 부처인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같은 매장에서 구입했어도 조리 방법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범위가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면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라고 해도 빵, 튀킴, 커피처럼 구매자가 직접 조리해 먹는 식품을 취급하면 휴게음식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사실상 일반 식당과 편의점을 똑같이 취급해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배달이나 포장으로 판매할 경우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고 하지만 편의점 점주 입장에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만약 편의점이 컵라면·도시락처럼 완제품으로 나온 음식만 팔면 일반 편의점으로 분류해 나무젓가락과 빨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실타래처럼 얽힌 규제를 이해해도 물건을 담는 비닐봉투 성분과 재질 또한 물품별로 복잡한 규제를 또다시 적용해 사실상 이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편의점 업계는 이 같은 규제에 대해 "편의점이 돌아가는 생리를 잘 모르고 내린 지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 사이에서는 "매장에 쇠젓가락이라도 배치하라는 것이냐" "아예 매장 안에서 취식을 금지시켜야 하는 것인가"라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 모씨(45)는 "조리식품을 취급하는 점포는 일반 식당과 똑같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라며 "명확한 지침도 나오지 않아 대응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 단속이 시작되면 나오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나서야 준비가 가능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식품접객업 매장의 일회용품 사용을 당장 단속하지 않고 계도기간을 두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았는데도 전국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며 "생활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민감해 매장 내부에서도 일회용품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고 과태료 부과에 따른 매장의 부담과 우려를 감안해 결정했다"면서 "계도기간은 코로나19 완화 시점까지 유동적이며 종료 시점은 사전에 충분히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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