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새 종정 추대법회…"화합으로 얼어붙은 세상 녹이자"

성파스님, 즉석법문 파격…"초발심으로 돌아가 가정·사회·국가 새출발"

文대통령, 현직 대통령 첫 참석…종정과 나란히 입장해 끝까지 자리 지켜

법장 봉정받는 조계종 신임 종정 성파 대종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대한불교 조계종 신임 종정 성파 대종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법장을 봉정 받고 있다. 2022.3.30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조계종 새 종정에 성파스님을 추대하는 법회가 30일 봉행됐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중봉 성파 대종사 제15대 종정 추대법회'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불교계 인사, 이웃종교 지도자, 정·관계 인사, 신도 등 약 3천명이 참석해 새 종정 탄생을 축하했다.

현직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 추대법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성파스님과 인연을 맺어온 문 대통령은 새 종정과 함께 나란히 행사장에 입장해 착석한 뒤 아내 김정숙 여사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저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정 예하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 보살'의 정신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파스님은 문 대통령 등 여러 내외빈의 축사에 이어 대웅전 계단 위에 마련된 법상(法床)에 착석했다. 법상은 법회에서 큰 어른이 앉아 설법하는 자리다.

종정으로서 첫 대중 법문에 나선 성파스님은 준비한 원고를 생략한 채 파격적으로 즉석 법문을 했다. 이전 종정들보다 한층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로 농담까지 섞어 법문에 나서자 좌중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그는 "특별한 법문은 많이 준비를 했는데, 양산 통도사에서 오는 동안에 싹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절의 봄은 분명히 왔지요. 꽃이 피었지요"라며 "우리 마음은 왜 그리 꽃을 못 피우는지 이 사회에, 세계에 얼어붙은 마음을 따스한, 화합하는 마음으로 부려 인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불자의 임무와 책임"이라고 밝혔다.

성파스님은 "초발심으로 돌아가자. 이때까지 있던 거 싹 지워버리고, 새로 출발한다면 우리 가정, 사회, 국가가 새로 출발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법문에 앞서 그는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스님에게서 마음의 번뇌를 털어내는 의미의 불구(佛具)인 '불자(拂子)'를 봉정받았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으로부터는 '불법(佛法)'을 뜻하는 지팡이인 '법장(法杖)'을 전해받았다.

합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2022.3.30 jeong@yna.co.kr

이날 법회 초반 한때 비가 내리면서 참석자들이 우의를 입고, 우산을 든 채로 법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종정 성파스님은 2018년부터 경남 양산의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앞서 1960년과 1970년 월하스님에게서 각각 사미계와 구족계를 받았다. 1971년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통도사에서 불경을 가르치는 강주(講主)를 지냈다.

선수행에도 밝아 봉암사 태고선원에서 안거에 든 이래 상원사 청량선원, 통도서 서운암 무위선원 등에서 총 27안거를 지냈다.

성파스님은 교육과 문화활동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1980년 학교법인 원효학원 이사장을 지냈고, 1988년 영축학원을 설립해 종립학교 발전을 도모했다.

그는 전국 시조백일장을 제정해 한국 시조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영축전통문화연구원 및 한국전통문화연구원을 설립해 한국 전통문화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성파스님은 서화와 염색, 옷칠 분야에서 주목받으며 예술가로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1990년부터 약 30년간 선서화와 염색, 옷칠 민화 등으로 20차례 개인전을 비롯해 많은 전시회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 기법으로 된장과 고추장 등을 담가온 것으로 유명하다. 1991년부터 10여년에 걸쳐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해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총무원장이 종무행정을 총괄한다면 종정은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 조계종 종헌은 종정이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정은 주요 행사 때 법어를 내려 세상에 불교 가르침을 전하기도 한다.

종정의 임기는 5년이다.

조계종 종정 추대 법회에서 축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2.3.30 jeong@yna.co.kr

edd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