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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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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통상’ 반대? 외교부 “외국 끌어들이나” 산업부 “같은 정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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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상 기능 이전 관련 불똥이 미국까지 튀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난데없이 미국까지 얽히는 양상이 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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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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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왜곡 행태에 유감"



논란의 시작은 한국경제가 29일 보도한 "'산업부 통상 기능, 외교부 이관' 논란에 우려하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현재 인수위는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이달 중순 구두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날 외교부는 오후 6시 50분쯤 출입기자단에 해당 기사에 대한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한 뒤 오후 11시 10분쯤 반박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우선 "확인 결과 미국 측은한국의 정부 조직 관련 사항은 오롯이 한국 측이 결정할 내정 사안으로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소관하는지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요지의 분명한 입장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해 국내 정부 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사 자체는 민간 전문가가 미국 고위 관료로부터 들은 말을 산업부에 전한 것으로 돼 있는데, 외교부가 '국내 부처'를 명시한 건 실상 산업부를 해당 보도의 출처로 보고 저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는 또 "외국을 등에 업고 국내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서 이기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과연 앞으로 타국을 상대로 떳떳하게 우리 국익에 기반한 교섭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업부, 외교부 대응에 '격앙'



같은 날 산업부는 설명 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한국의 정부ㆍ국회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새 정부의 통상조직 관련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며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외교부의 대응이 과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고 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외교부의 자극적인 표현에 내부적으로 격앙된 게 사실이었다"며 "과연 같은 한국 정부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처 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 공개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통상을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은 인수위 안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인수위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결론낼 것으로 예상한다. 통상교섭본부는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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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촬영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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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장 없다"...내부적으론 '황당'



이와 관련, 주한 미국 대사관은 "관련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 미국으로선 한국의 내부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특정 입장을 표명한 것처럼 보도된 것 자체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측에선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에 대해 대체 어떤 미국 정부 당국자가 그런 입장을 밝히겠느냐며 황당하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의 정부 조직 개편 문제에 엉뚱하게 미국까지 등장하는 상황 자체가 부처 간 갈등의 골을 보여주는 동시에 통상 기능 조정에서 보다 포괄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논란이 된 기사에서는 미국이 우려를 표한 근거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상을 들었다. 미국은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이관될 경우 대중 압박을 위한 IPEF 논의를 한국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간 이뤄진 한·미 협의의 흐름과도 다른 내용이다. IPEF 논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상무부ㆍ무역대표부(USTR)-한국 산업부 간 채널 뿐 아니라 미 국무부-한국 외교부 채널에서도 활발히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IPEF 자체가 단순히 통상을 넘어 포괄적 국제 경제 규범을 다시 쓰자는 개념이다.



장외전 치열…경고장 날린 인수위



일각에선 이런 신경전 부각이 큰 틀에서 경제안보 역량 강화라는 본질적 고민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9일만 하더라도 이미 한국경제 보도 전에 이날 오전 최중경 한ㆍ미 협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매일경제 기고 '통상은 산업과 함께 있어야 한다'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에 의해 통상 기능이 저쪽(산업부)으로 넘어가면서 외교부는 팔, 다리가 묶인 채 경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수위도 진화에 나섰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0일 오후 브리핑에서 외교부와 산업부의 비난전에 대한 입장을 묻자 "큰 틀에서 인수위가 (정부 조직 개편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통상 이관 문제는)이제 논의에 돌입해 결론이 나온 게 없고 검토 단계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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