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변인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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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고 손 놓고 있는 건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 민생 현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상황인데, 국회가 일하는 모습으로 성과를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172석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가 27일 “정권 이양기라고 해서 국회마저 빈손으로 있을 순 없다”면서 한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께 인사를 드릴 것”이라며 “조만간 3월 국회 남은 의사일정 문제와 4월 국회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가 시급히 성과를 내야 하는 사안으로 꼽는 건 기초의원을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로 뽑는 ‘이재명표 정치개혁안’과 추가경정 예산안(추경) 편성이다. 그는 정치개혁안에 대해 “분명히 (이재명) 후보도 국민께 약속했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도 당시 반겼던 것 아니냐”라며 “정치권의 약속 이행 차원에서라도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을(乙)을 지키는 민생 위원회(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박 원내대표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에도 적극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제 의지와 입장은 분명하다”며 “추경은 빠를수록 좋고, 완전하게 보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에 흔들림은 없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다만 예산이란 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인수위가 강하게 얘기하고, 당선인도 얘기하시면, 저희도 기재부와 청와대에 강하게 요청할 테니 힘을 모으자고 얘기하겠다”며 여야 협력을 강조했다.
여야 공통의 약속과 협력에 방점을 찍었지만, 3·4월 국회가 박 원내대표 바람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강경론이 한층 거세지면 입법 우선 순위에 대해서도 동상이몽격 주장들이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안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연관된 특검법이다. 대선 기간 양당이 각각 ‘대장동 특검법’을 따로 발의한 상황에서,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지난 25일 윤 당선인을 겨냥한 ‘본부장(본인·부인·장모) 특검법’ 두 건을 추가로 발의했다. 추가 입법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문제가 더 꼬였다. 특검법부터 뇌관을 건드리면 3·4월 국회가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법사위 보좌진)는 우려도 나왔다.
특검법 공방은 신·구 권력이 각자 주장하는 ‘검찰개혁’ 힘겨루기와도 맞물려 있다. 이미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은 아직 필요하다”(23일·박범계 법무부 장관)는 현 여권 입장과 “훈령을 개정해서라도 폐지를 추진하겠다”(24일·최지현 대변인)는 인수위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상태다. 민주당과 박홍근 원내지도부를 둘렀싼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지층의 압박성 문자와 전화세례에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수사·기소 완전 분리의 검찰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26일 이수진 동작을 의원 페이스북)며 호응하고 있다.
일단 박 원내대표는 조만간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리하며 숨을 고른 뒤, 국민의힘과의 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물리적 일정 때문에 먼저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고, 좀 여유 있게 검토할 사안이 있다”며 “검찰개혁 같은 경우, 현 정부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에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 그 작업을 먼저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여당의 지위가 단 6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기대만큼 선택지가 많진 않을 것”이라며 “야당으로서의 선명성과 과반1당으로서의 입법 성과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딜레마는 2024년 총선 때까지 계속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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