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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러서 에너지 계속 수입… 푸틴에 전쟁자금 190억 달러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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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가스 금수(禁輸)엔, ‘재무장’ 선언한 독일도 반대

바이든, 25일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확대 제안 예정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30개국, 유럽연합(EU) 27개국 간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이 계속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전혀 손대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원유∙가스 에너지 공급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액은 러시아 1년 예산의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러시아 원유 수출 물량의 50%, 가스의 60%, 석유 제품의 50%가 유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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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미국과 EU로선 러시아산(産)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 푸틴의 군자금(軍資金)을 쥐어트는 것이 급선무지만, 다른 에너지 수입 대안(代案)이 마땅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후(戰後) 최대 재무장을 선언한 독일조차도 러시아 가스 금수(禁輸) 조치엔 반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4~25일 유럽 대륙 방문은 한달이 넘은 동맹국들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차원 외에,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이 자금줄을 끊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푸틴, 전쟁 이후 돈 더 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물량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게 각종방어용 무기를 제공하는 유럽 국가들이 전쟁 시작한 후에도 올해 초에 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지 않은 탓이다. 일부 동부유럽 국가들이 소비하는 가스의 70~80%는 러시아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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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국제시장의 원유∙가스 가격은 계속 올라, 푸틴은 앉아서 더 돈을 벌었다. 올레그 유스텐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24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유럽은 전쟁이 시작한 뒤에도 계속된 러시아 원유 수입으로 190억 달러(약 23조원)의 군자금을 댔다”며 “푸틴에게 전쟁은 수지 맞는 장사였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 예산은 54조6000억원이다.

유스텐코 경제보좌관은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수송하고 금융 지원하는 업체들까지 2차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같은 날 NYT 기고문에서 “러시아산 석유∙가스 대금 일부를 제3자 계좌에 넣어, 이 돈이 러시아의 전쟁 재정에 쓰이지 않고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LNG 유럽 공급 확대하겠다” …현실은?

EU도 난방∙전력용으로 수입하는 러시아산 에너지 대금이 결국 우크라이나 파괴에 쓰이는 상황을 잘 안다. 그래서 지난 8일 “올해말까지 러시아 가스 수입 물량의 3분의2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가스 비축분이 올 겨울은 넘길 정도는 된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미국산 천연액화가스(LNG)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지난 16일 유럽에 대한 LNG 수출 확대를 승인했다. 우르줄라 폰데러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앞으로 수개월간 미국의 LNG 공급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산 LNG가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바이든의 승인으로, 미국이 유럽에 보낼 수 있는 LNG 물량은 1일 0.72bcfd(1일 7억2000만 세제곱피트)인데 반해, 현재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물량은 1일 18bcfd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LNG 생산 물량은 대부분 수입처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유럽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유럽도 이를 항구에서 받아 유통할 가스관 인프라가 부족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도 없어 미국산 LNG 공급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LNG 생산∙비축 시설 확대와 유럽의 가스관 건설은 막대한 민간 자금을 필요로 한다.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애미 마이어스 재프 기후정책연구소장은 “앞으로 5년간 미국 가스 수출업체들이 유럽으로 돌릴 여분이 별로 없고, 정부간 거래도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원유∙가스 자원의 흐름을 지시할 수가 없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또 아시아 물량을 유럽으로 돌리면, 아시아 국가들의 ‘지구 온난화 목표’를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재무장’ 선언한 독일도 러시아 가스 중단엔 반대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놀라 ‘재무장’을 선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에는 반대다. 그는 “그렇게 되면, 독일과 다른 나라들에서 많은 일자리가 없어져 경기후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에너지 장관은 지난 14일 “러시아 가스∙원유를 거부하면, 푸틴보다도 당장 독일 인구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 대규모 실업(失業)과 빈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탄의 52%, 광물성 오일(mineral oil)의 34%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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