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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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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독점인터뷰 | 윤의 멘토 김병준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이 말하는 새정부 비전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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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복지 외면 않는 자유주의 정부 열 것”

네거티브 선거 탓에 못 내놨던 정책들 나올 것… 尹, 힘들어도 야당과 대화 절실

정부 권력 축소하고 시장과 개인의 창의성 중시해야, 지방 분권도 적극 실천

중앙일보

김병준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은 “표를 얻기 위해 잘못된 가치와 타협하지 말라”는 소신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당부했다. 쇼 정치, 돈 살포, 갈라치기의 유혹으로부터 윤 당선인이 의연해져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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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68) 국민대 명예교수는 지역균형발전 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성장이 없으면 사이비 진보, 분배가 없으면 사이비 보수”라고 일갈해왔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이런 철학을 관철하는 행위였다. 진보 정부의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노무현 우파’를 담당했다. ‘노무현 좌파’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섰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2022년 3월, 보수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좌표 설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3월 15일 서소문 중앙일보 J빌딩에서 만난 김 위원장의 말은 곧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작고 유능한 정부’, ‘국가보다 시장과 공동체의 합리성·혁신을 믿는 정부’, ‘사회 안전망을 갖춘 자유주의 정부’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신을 계승하는 정부’가 그 알갱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력 없다”



3월 9일 대선에서 국민은 5년 만의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상당히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굉장히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그만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0.73% 득표 차라는 결과는 곧 우리 국민이 첨예하게 분열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들 이번 선거를 ‘비호감 선거’라고 하더라. 후보 자체에 대한 충성심이나 지지도가 과거보다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투표율은 상당히 높게 나왔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상대 후보가 싫어서 반대쪽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태가 많았던 것이다. 걱정이 많다. 국민 통합이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어쨌든 이번 대선으로 정권의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강렬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정권이든 (한국형 대통령제 시스템 안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문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은) 앞으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 집권하는 정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다. 대통령 자신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인들이 얼마나 훌륭한지와 무관하게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환경에서 비극적인 부분이다.”

당연히 이 지적은 윤 당선인에게도 예외일 순 없겠다. 아무리 당선인의 개혁 열망이 간절하고, 성품이 좋아서 주변에 인재가 모여도 시스템 문제 탓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우울한 결론을 피할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두고 흔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총리도, 장관도 임명한다. 검찰권도 쥐고 있으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잡아넣고, 반대로 봐주기도 할 수 있다. 아마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 하나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걸 ‘힘’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권력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아직 우리의 산업 구조는 제조업 중심이다. 물론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구조로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 시대를 열긴 어렵다.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찾아야 하고, 서비스 산업이 더 육성돼야 한다. 하지만 산업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힘이 대통령한테 있을까?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라면 기업이 두말 없이 들었고, 노조는 눌러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 이거 말고 저거 해’라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산업 구조조정이나 노동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 등을 한다고 섣불리 덤볐다가는 대통령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뭐든 다 될 것 같은 집권 초반기의 희망회로를 경계하고, 대통령의 권한부터 정확히 인지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행정부에서 법을 하나 만들어서 국무회의까지 거치고, 국회에 보내 심의해서 통과시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는가? 평균 35개월이다. 인수위 때 시작한 것이 레임덕 될 때나 통과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구조인데도 국민은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줄 안다. 이것도 개혁해라, 저것도 바꿔달라, 요것도 바로잡아달라고 한다. 국민적 기대와 헌법적 의무는 굉장히 넓고 크지만, 정작 대통령이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은 굉장히 불안하다. 그러니까 날이 갈수록 (실망한 지지자들이 많아져서) 지지도가 떨어진다. 그러다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



윤석열과 김병준이 의기투합한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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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윤석열(왼쪽)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김병준(오른쪽) 당시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세종시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세종시를 설계했다. / 사진: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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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한테도 이런 말을 들려줬나?

“당연히 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옮기진 않겠지만, ‘대통령 하기가 얼마나 힘들 상황인지 아느냐?’고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당선인이 본인의 생각을 나한테 말해줬다. ‘대통령직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더라.(웃음) 그 말을 듣고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잘못된 가치와 타협하지 말라’는 조언은 문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대통령 앞에는 태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손에 삽자루 하나 들고 있는 기분이 된다. 이런 막막함을 극복하는 것이 대통령 자리다. 게다가 지금 야당이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석을 제외해도) 172석이다. 이런 상황까지 겹쳐서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허니문 기간만 지나면) 뚝 떨어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4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것은 정권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지,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아니다. 심지어 지지자 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일은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나.”

정치 신인 윤석열의 정책적 지향점이 궁금할수록 세상은 ‘멘토’인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싶어 한다. 김 위원장의 철학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은 ‘작고 유능한 정부’, ‘평등보다 자유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정부’, ‘복지를 외면하지 않는 정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대선 이전부터 윤 당선인과 많이 나눴다.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자유주의는 반공주의로서의 자유주의가 아니다. 공산주의만 반대하면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인권을 눌러도 좋다는 식의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국가주의적 자유주의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진짜 자유주의는 개인의 기본권이 확대되는, 국가 권력은 축소되고 개인과 시장, 공동체가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우리 헌법 119조 1항의 정신에 충실한 자유주의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에게 이런 자유주의 정신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내가 도와드린 것이다.”

김 위원장의 자유주의는 밀턴 프리드먼이나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시장자유주의와도 결이 다른 듯하다.



“자유시장경제의 결과가 좋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나. 소득분배에 문제가 생기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면 결국 사회 갈등으로 간다. (양극화로) 저소득층의 소득과 자산이 줄어들면 소비가 침체된다. 이러면 결국 자본주의 시장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를 중시하되, 국가는 그 자유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반드시 보완해줘야 한다. 그래서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윤 당선인도 상당히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기업이 돈 더 벌게 해줘야 세금도 더 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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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김병준(가운데) 당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미완의 꿈은 이제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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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복지의 최적 균형에 대해 김 위원장은 ‘1차 분배’, ‘2차 분배’라는 이론적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에 A와 B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A와 B 사이에는 소득 격차가 상당하다. 국가가 나서서 이를 메워주려면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가 개입하기 전에 시장에서 분배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주자는 것이 1차 분배다. 가령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부서져버린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시장에서 공정한 분배가 일어나게 해주느냐? 이 소득 격차에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집단화해서 자기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면 훨씬 낫지 않겠나. (시장 혹은 공동체 내에서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1차 분배 과정에서 살아나도록 해줘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곳은 국가가 나서자는 게 2차 분배의 골자다.

“1차 분배를 해도 소득 격차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정책을 통해 분배를 시켜주는 것이 2차 분배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이 그 어려움으로부터 해방이 돼서 스스로의 자율적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은 ‘증세와 규제 완화’를 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다.

“이는 윤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와 관계없는 나의 소신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사회비(복지, 교육, 인력양성 등 공공 비용, social spending)’ 지출이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사회비로 지출하는 것이 OECD 국가 평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2%다. 평균까지는 가야 한다. (그러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규제를 기업에 가해놓고 세금을 더 올리면 안 된다. 우선 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 세금도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주면 거부감 없이 세금을 낼 것이다.”

기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묻겠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강성노조는 국가가 만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윤석열 정부가 법과 원칙에 근거해 작심하면 대기업 강성노조를 ‘순치’시킬 수 있는 것인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런 말을 한 배경에는 ‘대기업 노조는 아무리 투쟁을 해도 기업이 절대로 안 망하기 때문에 저럴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망할 것 같으면 공적자금을 투자해주는 등 지원을 해서 정부가 살려주는 대마불사 논리가 노조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끝까지 가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면 정부가 나서서 누군가 인수 기업을 찾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이제 윤 정부에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재벌 그룹이 망할 것 같다고 인위적 부양을 해주고, 공적자금을 집어넣는 등의 관여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거 하나만 해도 (과거 정부와 다른) 변화일 것이다.”

윤 정부가 정부 주도 국가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지향하는 또 하나의 축은 지방분권이다. 실제 윤 당선인은 3월 14일 김 위원장에게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을 맡겼다.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지방자치를 지금보다 더 하느냐?’며 걱정한다. 지방자치라고 해놓으니 단체장, 지방의원들 챙겨 먹다 줄줄이 구속되고 있으니 차라리 때려치우자는 말까지 꽤 듣는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가 사실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원은 제대로 된 자치권을 행사하지도 못한다.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의원 밥 한 그릇에 얼마 이상 지출 못한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니 지방의회 의원의 질도 떨어지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유능한 사람들이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분권 강화할수록 지역주의 완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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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분권을 위해 허투루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바라는 효율적 자유주의 정부를 위해 꼭 필요한 사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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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국민은 인물보다 당을 우선시해 지자체장을 뽑는 경향이 강하다.

“지방의원이나 시장, 지사가 내 삶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으니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 중 내 지역의 시의원, 구의원 이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면 그 사람들이 가진 파워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회의원 이름은 몰라도 지방의회 의원 이름은 기억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다. 중앙정부가 힘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자꾸 몰린다. 그 결과가 서울 집중화 현상이 발생하고, 국토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도 과밀과 혼잡으로 경쟁력을 잃는다. 집값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돼 가고 있다. 반면 지방은 저개발·미개발이 문제다. 이 상태로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영남은 보수 정당, 호남은 진보 정당을 ‘묻지 마’ 식으로 지지하는 관습이 지방 발전을 저해했을 수도 있다. 가령 호남에서도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진보 정당 지자체장들이 저렇게 나태하게 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특정 지역 출신이 중앙정부의 권력을 과점하니까 불균형적 정책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이 강화됐으면 오히려 호남과 영남 지방정부가 서로 협조해야 할 일이 많았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자산)계급, 지역 그리고 세대와 성별에 따른 갈등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이대남, 이대녀로 표현되는 젠더 갈등은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소위 갈라치기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 심화했다고 본다. 일자리라는 자원이 줄어들수록, 우리 기대 수준만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할수록 갈등이 심해진다.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서 남성/여성, 있는 자/없는 자, 영남/호남을 갈라치는 아주 질 나쁜 정치를 지금 하고 있다.”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가장 먼저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새 대통령이 여소야대 구도를 뛰어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화합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선거가 또 앞에 있기 때문이다. 또 갈라치기 하고, 적대감을 서로 유발해서 표를 얻으려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새 대통령은 이 정치적 대립 구도를 넘어서 국민과 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국민에게 다가가서 국민적 지지를 통해서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해나갈 수 있을까?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새 정부가 국민에게 당장 줄 게 없지 않은가?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가 하던 것처럼 국민에게 있는 대로 다 퍼주고 이럴 순 없다. 매표 행위를 할 순 없다. 사회 정책을 펴고 복지를 해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문 정부처럼) 마구잡이로 퍼주다가 국가 재정이 악화됐는데, 이런 짓을 되풀이할 순 없다. 새 대통령은 국민에게 ‘참아달라’, ‘양보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다가가야 한다. ‘참아주고, 양보해주고, 기다려주면 내가 얼마 지나서 이런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비전이다. 그 비전이 설득력이 있을 때 국민은 기다려준다.”



“여소야대 지형은 국민 지지 얻을 정책으로 돌파해야”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 성공한 사례가 있을까?

“우리가 어렵게 살았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겨웠던 시절에 박 대통령은 ‘마이카 시대’를 말했다. 그 당시 택시도 타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5년이 지나면, 10년이 지나면 집집마다 자동차 한 대씩 있는 마이카 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여겼지만, 점점 경제가 성장해갔다. 진짜 그런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심지어 인권 탄압도 참고 기다리면서 성장을 이뤄냈다. 그다음에 민주화를 이뤘다. (윤석열 시대에도) 이런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거대 여당을 곁에 두었음에도 국정 운영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심지어 윤석열 당선인은 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윤 당선인은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정말 많은 대화를 하며 끝없이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우리 사회의 골이 너무 깊게 파여 있으니까. 그래도 노력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구도를 이겨나가기 위해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내놔야 한다.”

윤 당선인에게 구체적 공약 콘텐트가 얼마나 있을까?

“대선은 상대 후보의 잘못된 점을 주로 비방하고 공격하다가 끝났다. 그래서 많은 분이 ‘정책은 다 어디 가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지만 윤 후보에게 정책이 없었던 게 아니다. 네거티브 공격이 워낙 심하고, 국민적 관심도 다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니까 정책을 내놓을 여유가 없었다. 세상을 바꿀 만한 큰 정책을 내놓았어도 관심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자칫 오히려 공격을 받을 것이란 위협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당선이 됐으니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내놓지 못한 정책들을 실제로 하나하나 꺼낼 것이다. 내가 맡고 있는 균형발전특위도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국토 균형발전과 관련한 공약들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 당선인은 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소탈하고 서민적이면서 기득권과 반칙, 특권과 많이 싸운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배우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지역 간 균형발전과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의 진정성만큼은 윤 당선인이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믿고 있었다. 쇼 정치와 돈 살포 그리고 내 편만 챙기는 갈라치기 정치와의 결별이라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윤 당선인은 노무현 정신의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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