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한달… 브뤼셀서 모인 나토 정상들 - 24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린 나토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앞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핵심국 정상들은 개전 한 달을 맞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외교·국방·경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속 회담을 열었다. 오전 10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0회원국 정상이 모인 특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오후 2시 주요 7국(G7) 특별 정상회담, 오후 4시 유럽연합(EU) 27회원국 정상이 총집결한 회담이 개막했다. 서방 세계를 대표하는 이 회담들이 한날, 한곳에서 연달아 열린 것은 처음이다.
서방 정상들은 이날 연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했다. 나토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의 생물·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지고, 핵무기 사용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러시아가 선을 넘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러시아를 겨냥한 군비 확장, 동유럽 지역 주둔 병력의 확대도 언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발트 3국과 폴란드도 노릴 것이 확실하다”며 나토의 ‘무제한적 군사 지원’을 호소했다.
주요 7국 정상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개인·기업의 해외 자산 동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수출입품에 대한 금수 조치 등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또 이번 전쟁과 경제 제재로 타격을 받은 서방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특별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EU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평화 협상을 통한 즉각적인 정전을 재차 촉구하고,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를 위한 경제 지원과 함께 러시아 에너지 금수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범유럽 차원의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AP와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난민 10만명을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고위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의 입국 허가는 임시 거주가 아니라 재정착 이민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으로 개전 이후 해외로 탈출한 피란민이 363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연방 하원의원 328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최소 1000억달러(약 122조원)에 이르고, 서방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은 2560억달러(약 312조원·국내총생산 기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전쟁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141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수렁에 빠진 전황을 타개하려 극단적 공격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 협박’은 이틀째 이어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를 모욕하고 분열시키며 궁극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이를 달성한다면 세계는 ‘대규모 핵폭발’로 끝나는 대재앙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정권이 위협을 받으면 핵무기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대통령 3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008~2012년 대통령을 지냈고, 이후 8년간 총리를 역임한 푸틴의 최측근 인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가 안보 개념’은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