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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172석 거야, 이재명계가 이끈다…원내대표 박홍근 "강한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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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대 선거에서 당선 뒤 손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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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석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 사령탑으로 박홍근 의원(3선·서울 중랑을)이 선출됐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세 차례의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최종 선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연설에서 “172명 의원의 경륜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서 담대하게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쇄신과 개혁의 깃발을 들고 국민 속으로,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을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도 덧붙였다.

전남 고흥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시민단체(한국청년연합 공동대표 등)에서 활동하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산된 뒤 잔존 세력이 시민사회 출신들과 손잡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 때 정계에 발을 내딛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서울 중랑을에서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원내수석부대표(2017~2018년), 을지로위원장(2018~2020년), 국회 예결위원장(2021년)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원순계’ 핵심이었고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 원내대표 당선에는 이재명계 의원들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처럼회 등 친조국 성향의 강경파 의원들이 일조했다. ‘콘클라베(교황 선출식 비밀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1차 투표에서 18표(재적의원 172명의 10%) 이상을 얻은 박홍근·박광온·이원욱(이상 3선)·최강욱(초선) 의원이 첫 번째 허들을 넘었다.

2차 투표에서 박홍근·박광온 의원으로 압축됐고 마지막 결선투표에서 박홍근 의원이 과반 득표해 당선됐다. 당 내에선 “1차 투표에서 최강욱 의원에게 갔던 표가 2차 투표부터 대부분 박홍근 의원으로 이동했을 것”(친문 초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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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김영주 선관위원장이 1차 투표를 통과한 원내대표 후보들의 정견 발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강욱, 이원욱, 김영주, 박광온, 박홍근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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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유증에 입법 전략까지 산적한 과제…“독이 든 성배일 수도”



박 원내대표 앞에는 이재명계와 이낙연계의 대립 등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여당을 향한 협치와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는 평가다. 172석의 거야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안을 족족 가로막을 수 있는 힘을 지녔지만 그만큼 발목잡기에 따른 비난 여론을 뒤집어 쓰기도 쉽다. 반면 협치의 성과를 주도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 지지층의 이반을 부르기도 쉽다. 당장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안(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국무총리 인준을 비롯한 첫 내각 인사청문회 대응, 민주당이 당론으로 약속한 기초의원 선거구 확대 추진 및 검찰 개혁을 향배를 둘러싼 충돌 등이 모두 박 원내대표가 맞닥뜨려야 할 난관들이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4월 국회를 민생 국회와 개혁 국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혁입법도 늦출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 차이가 있는데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방침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3~4월에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이 지난 23일 내세운 ‘검수완박’등의 기조를 되도록 잇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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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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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극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수완박’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 승계의 핵심 고리로 삼은 어젠다인 데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이를 주장해 온 강경파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 당선의 공신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민주당 다시 극성 지지층의 주문에 따라 ‘과반 독주’에 나선다면 중도층 회복의 길은 요원할 것이고 중도층에 기울면 극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 “이번 원내대표는 결국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보좌관)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朴 당선에 커지는 이재명 조기 등판론



박 원내대표의 당선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조기 등판 주장에 탄력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이 전 지사를 지킬 것”이란 구호로 지지세를 모은 만큼 6·1 지방선거 공천이나 전당대회 등에서 이 전 지사 측 영향력이 세지기 쉽다. 당 내에선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에 기여한 후 8월 전당대회에 직접 등판해 당권을 쥘 것”이라거나 “지방선거 출마자로 비는 수도권 재·보궐 선거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할 것”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 무성하다.

범이재명계와 범이낙연계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은 “당의 주도권을 잡은 친명계가 친문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당내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대선 패배의 반성을 해야할 시점에 이 전 지사와 가까운 이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는 더 확산할 것”며 “그런 분위기를 타고 과반 의석을 남용하면 지방선거에서 심판론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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