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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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매겨왔던 고율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하며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영국과의 철강 분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한국과의 재협상에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개선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가 연간 50만t의 영국산 철강제품에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영국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산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연간 2만1600t까지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양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기업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영국 정부도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오늘 발표는 미국과 영국 기업 모두에 혜택을 줄것이며, 양국의 무역관계 강화를 위한 조치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영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5억 달러(약 6098억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그동안 우방국들과 무역 갈등을 초래한 ‘트럼프표 철강 관세’를 없애는 협상을 진행해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2018년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는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주요 수출국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되돌리는 협상에 나서며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지난달에는 일본과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을 통한 철강 제품 고율 관세를 해소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만 기준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총 430만t의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일본과도 합의를 통해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쿼터 적용 및 관세 개선을 위해 미국에 협상 재개를 요청해 왔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하며 관련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고율 관세 대신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수출량의 70%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이로 인해 연평균 380만t이었던 한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량은 쿼터제 이후 200만t대로 줄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6일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분간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철강관세와 관련해 한국과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쿼터제를 통해 한국산 철강 제품 일부에 대해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과 철강 수출량 제한 관련 우려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겠지만, 실제 한국은 이미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혜택을 받고 있음을 상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협상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전면 재협상보다는 기존 쿼터제의 세부 요건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분기에 소진하지 못한 쿼터를 다음 분기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미측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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