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태 사령관 공중시찰서 밝혀
미사일·전파 방해 장치 등 설치돼
“군사화 않겠다던 시진핑 발언 번복
2차 대전 후 군사력 최대 규모 증강”
美, 우크라 사태 중 이례적 발표
“中 군사 증강에 선제적으로 경고”
러시아가 제작해 중국에 수출한 신형 지대공 미사일 SA-21. 중국군이 최근 남중국해 인공 섬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정거리가 약 400㎞에 달한다. /미 밀리터리팩토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20일(현지 시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 중 최소 3곳에서 군사화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간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각종 무기와 군사 장비를 반입하는 움직임은 사설 인공위성 업체 사진을 분석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다. 그러나 미 군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중국의 ‘군사 굴기’에 대해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이날 AP통신과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은) 3개 섬을 군사화한 뒤 대함·대공 미사일, 레이저 및 전파방해장치, 전투기 등 무장을 갖췄다”며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분쟁 지역의 인공섬을 군사 기지로 바꾸지 않겠다고 확언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아퀼라노 사령관은 구체적으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의 미스치프·수비·파이어리 크로스 암초 등 3곳을 지목했다. 스프래틀리 군도에는 200여 개 암초 및 산호초가 있다. 국제법상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곳들이지만,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7개의 인공섬을 조성했다. 썰물 때만 물 위로 드러나는 곳에 시멘트를 부어 비행장 등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이곳을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번에 아퀼리노 사령관이 ‘군사화’됐다고 경고한 수비 암초 등엔 2000명이 넘는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막사도 건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이곳의 미사일 무기고, 항공기 격납고, 레이더 시스템과 다른 군사 시설 건설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다른 곳(인공섬)에도 군사 인프라 건설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최근 20년 동안 2차 대전 이후 가장 대규모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을 봤다”며 “이런 군사 증강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中이 군사화한 남중국해 인공섬 3곳 |
중국이 인공섬에 배치한 것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무기는 ‘항모 킬러’로 불리는 대함 탄도 미사일 DF-21, 250마일(약 402㎞) 밖에서도 항공기 6대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대공 미사일 SA-21, 레이저 및 전파 방해(재밍) 장치 등이다. 미 국방부가 작년 11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중화인민공화국(PRC)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전개’에 따르면 대함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지난 2019년 7월 스프래틀리 군도 북쪽 해역에서 미 군함 모형을 타깃으로 DF-21 6기를 시험 발사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목표물에서 크게 벗어나 정확도는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터뷰는 아퀼리노 사령관과 AP통신 기자 2명이 남중국해를 정찰하는 미 해군 초계기 P-8A 포세이돈에 탑승한 가운데 이뤄졌다. 초계기가 정찰을 하는 동안 중국 측은 라디오 메시지를 통해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와 주변 해양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가지고 있다. 즉시 후퇴하라”며 수차례 미국 측에 경고했다. 그러나 미군 조종사는 “합법적인 군사 활동을 수행하는 미 해군 항공기”라고 대답한 뒤 정찰을 계속했다고 AP는 전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주된 목표는 억지(deterrence)를 통해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억지에 실패한다면 두 번째 임무는 싸워서 이기는 것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미군 최고 수뇌부의 경고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및 경제 지원을 요청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지원 여부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 사태에 이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의 군사 증강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