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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민간부채 증가 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부채가 모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벗어나면 국내외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 금융위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고,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06.7%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스위스(131%), 호주(119.3%), 캐나다(108.8%)뿐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와 연립·단독주택을 합친 전국 주택 매매 가격 누적 상승률은 9.93%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산출한 2003년 이후 2006년(11.5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추격 매수 등이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5조4046억원으로 전년(473조7850억원) 대비 6.7% 증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젊은 층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며 "외국 금융기관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신용대출 한도도 우리나라보다 작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보유량도 높은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DSR는 12.6%로, 조사 대상 17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가계의 DSR는 5년 전인 2016년(10.8%)과 비교하면 1.8%포인트 늘어났는데, DSR가 높은 상위 5개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부채가 증가한 두 번째 요인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자영업자 중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차주의 대출 잔액은 698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중 84%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고금리 대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기업부채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3.7%로, 48개국 중 16번째로 높다. 국가 순위로는 높지 않지만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 비율은 2016년 말(94.3%)과 비교해 19.4%포인트 증가했는데 증가 속도로만 보면 세계 7위 수준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도 재연장하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한 값)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20.4%였다. 5년 전인 2016년 말(181.7%)과 비교하면 5년간 38.7%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보다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더 크게 상승한 국가는 홍콩(74%포인트)이 유일하다. 다만 홍콩은 작년 3분기부터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줄어들며 부채 관리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민간부채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 교수는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보유하면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출산율은 낮아져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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