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21년 11월 10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방문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에 막혀 추념탑 참배를 못하고 돌아섰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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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87년 체제’ 이후 두번째로 5월에 업무를 시작하는 정부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대선 일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 대선은 12월말이었다. 그러다 박 전 대통령의 3월 파면으로 19대 대선은 5월 9일에 치러졌다. 이번엔 ‘대통령 임기만료 전 70일 이후 첫번째 수요일’을 대선일로 정한 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3월 대선’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정부 출범일도 기존의 2월 25일에서 5월 10일로 바뀌었고, 새 정부의 ‘정치 캘린더’도 함께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1월 10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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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취임했던 문 대통령 이전 대통령들에게는 3ㆍ1절이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이었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첫 3ㆍ1절 기념사는 5년 국정운영의 철학을 응축해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였다. 3ㆍ1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념사에는 국민통합과 남북문제, 한ㆍ일 관계를 비롯한 외교 비전 등 다양한 주제가 함축적으로 담겼다.
윤 당선인은 경우가 다르다. 5월 10일 취임하는 윤 당선인의 첫 국가기념일은 취임 8일 뒤인 5월 18일, 제 42주년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1월 10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역을 방문, 오월단체와 시민들의 항의로 묘역 근처에서 참배를 마친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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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광주 득표율은 12.7%였다. 84.8%를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광주는 각각 8.5%와 7.7%를 기록했던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높은 지지를 보냈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은 영남과 함께 한국의 정치 지형을 동서로 가르는 양대축이다. 특히 5ㆍ18민주화 운동의 계기가 1980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였다는 점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과 정부는 5ㆍ18을 보수 진영에 맞서는 일종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도 대선 기간 두차례 5ㆍ18 묘역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추념탑을 참배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윤 당선인은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 사과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으신 우리 국민들, 특히 우리 광주 시민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이후 ‘5ㆍ18 정신의 헌법 전문 포함, 국민 통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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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장 역시 DJ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다.
박 위원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광주와 호남에 대해 가진 생각은 남다르고, 광주의 아픔과 희생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대선이 박빙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인 5ㆍ18에 당선인과 새 정부의 호남에 대한 진심이 온전히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취임 이후 일정을 예단하기 이르지만, 윤 당선인은 국가적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당연히 5ㆍ18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광주를 진심으로 위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5월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2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이명박 단시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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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기념식에 참석한 현직 대통령은 2000년 DJ가 처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모두 기념식에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석은 취임 첫해에만 그쳤다. 참석 때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취임 첫해인 2017년을 비롯해 모두 세차례 기념식을 찾았다.
2017년 5월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2013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대표,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색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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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기념식 이후 정치 일정도 미묘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5·18 닷새 뒤인 5월 23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추도식엔 퇴임할 문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6월엔 현충일(6일), 6ㆍ10민주항쟁 기념식(10일), 6ㆍ25기념식(25일) 등이 이어진다. 문 대통령의 경우 현충일 추념식에는 5년 모두 직접 참석했지만, 6ㆍ25 기념식 불참을 놓고 일부 강경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6ㆍ25기념식은 총리 주관 행사로,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2010년 MB가 유일하다.
정치권에선 5ㆍ18로 시작될 윤 당선인의 정치일정 중 특히 진보진영이 주도했던 행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6월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국민통합과 새 정부의 추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후보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1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위해 헌화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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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은 과거 국민의힘 대통령들과는 정치적 뿌리가 다르다”며 “특히 보수 대통령이 5ㆍ18을 호남과 민주당의 정치 행사가 아닌 전국민적 민주화 기념일로 전환하는 전향적 선언 등을 하게 될 경우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또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역시 중대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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