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만들기] 외교안보 제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구상을 요약하면 ‘국익’과 ‘통합’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국민이 잘살기 위해선 바깥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외교안보가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 외교는 정부가 바뀌는 5년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호응을 유도하던 외교관들이 정권 교체 뒤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설파한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 역시 정권의 부침에 따라 외교의 방향성은 물론 정부 간 합의마저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사건이었다.
진보와 보수 간 교체가 이뤄지면 대외 정책의 진폭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대통령 임기인 5년짜리 시한부로 여긴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지속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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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업무, 산업부서 외교부로 이관해야
새 정부 외교-안보 20대 제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가 외교안보 전문가 20여 명과 지난해 7월부터 논의한 결과다. 국익을 위해선 외교안보 분야에서부터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정책과 인사 탕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단 산하 한반도포럼 운영위원장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미래는 미·중 경쟁을 극복하고, 외교 영토를 넓히는 데 달려 있다”며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외교안보에서부터 진영을 넘어서는 협치와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경쟁 심화, 에너지 및 기후 위기, 코로나19 등 윤석열호는 시작도 하기 전 외교 난제에 맞닥뜨렸다. 외교가 점차 고차방정식으로 치닫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윤 당선인을 보란 듯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며 새 정부를 시험대에 올렸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부터 국내 결집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을 윤 당선인 측이 도외시할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라도 수용하는 식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실용외교로 평화안보 실현’을 섞어 ‘당당한 실용외교’를 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 협력 강화는 양측 모두 내걸었던 공약이다. 정책에서 공약수를 찾고 민주당에서 ‘선수’로 활동한 전문가들을 기용하는 것도 진폭을 줄이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안보로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공에 제재로 반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한미군이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들여오겠다고 하자 중국은 무역을 축소하며 보복에 나섰다. 윤 당선인이 경제안보 분야를 새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향후 이런 기류는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나 산업계 동향, 반도체 공급망 등을 꿰뚫고 있는 전문성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금처럼 통상 업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통상과 교섭 업무 자체가 안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 업무를 외교부로 이관해야 한다.
외교부는 영사관과 대표부를 포함해 167개국의 해외 공관을 운영 중이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성과도 증명했다. 따라서 외교부에 통상 업무를 이관하고, 책임자를 국무위원급으로 격상해 국내에서 교통정리와 해외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재단은 한·미, 한·중, 한·일, 남북, 비핵화, 통상(경제안보), 기후위기, 보건(팬데믹) 등 8개 분야의 20개 핵심 정책 제언도 만들었다. 연구 결과물은 책자로 출간할 예정이다.
요약본은 한반도평화만들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반도평화만들기 외교안보 정책제안 TF 명단
김병연 서울대 교수,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안동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전우택 한국의학교육 학회장,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교수,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 (가나다순)
◆특별취재팀=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정진우 기자, 안정호 한반도평화만들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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