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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MB 사면 여부 따라 시험대에 오를 윤 ‘통합’ 출발점, 문 ‘촛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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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 대통합” “원칙 훼손”
정치권 뜨거운 찬반 논쟁
이재용 사면 여부도 관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특별사면 필요성을 띄우면서 사면 정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일단 연기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조만간 성사되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주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찬반 논쟁에 돌입했다. 이씨 사면 여부가 윤 당선인이 공언한 ‘국민통합’의 출발, 문 대통령이 내세운 ‘촛불정부’ 마무리 지점의 주요 평가 잣대가 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이씨 사면이 필요한 이유의 첫머리로 삼은 것은 국민통합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때 많은 국민 지지를 받고 중책을 수행해 오신 분을 장기간 구금해놓는 것이 국민통합을 생각할 때 미래를 향한 정치로서 맞는 것이냐”고 말했다.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국민통합과 연결짓는 것은 정권 이양기의 오랜 법칙이다.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결정하며 “국민대통합을 이뤄 경제난국 극복에 국가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당선인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협의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인 2007년 2월 여야 인사를 사면하면서 “국민대통합”을 앞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을 사면하며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헌법 79조에 규정돼 있다.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결정한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는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부딪혔다. 법원 판결을 뒤집는 삼권분립의 예외조항으로 절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왔지만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이 이뤄졌다. 경제위기 극복, 미래를 향한 진전 등의 추가 이유가 따라붙곤 했다. 윤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통합’의 내용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보인다.

대통령 사면권 축소 논의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특별사면 전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의결정족수가 미달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박씨를 사면할 때도 사면권 제한 논의가 나왔지만 대선 뒤 유야무야됐다. 전직 대통령 박씨는 18대 대선 당시 기업 경영자 등의 중대범죄에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집권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을 사면했다.

사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는 문 대통령에게 막판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박씨 사면으로 이미 ‘촛불정부’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뇌물 등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범에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씨 사면 여부도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 국면을 규정하는 상징적 사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통합’을 내세워 이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띄우는 총력전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당선인을 선택한 국민의 표심은, 국민통합을 통해 화합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라며 대선 결과를 이씨 사면 필요성과 연결지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면서 문 대통령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강민정·양이원영·이수진·이탄희 등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이 중범죄로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되는 상황을 관행처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한 장본인”이라며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뒤 직접 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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