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 앞서 난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혁신적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제로한 외교·안보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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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일관성 없이 일시적인 평화 쇼 같은 식으로 진행해서는 남북관계 진전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24일 외교·안보 분야 정책공약을 내놓으며 언급한 대북정책의 원칙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원칙에 따른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대화에 집중해온 문 정부의 접근법을 "평화 쇼"로 비유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못 박았다.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평화협정과 함께 전폭적인 경제 지원·협력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인사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당선인은 1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 동향 및 외교안보 관련 전반을 보고받았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과 주변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공약에 현실을 반영해 향후 정책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를 우선 전제로 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거치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한층 고도화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당장 북한은 2018년 5월 폭파했던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일대에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며 복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11일과 12일 각각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평북 철산군 동창리)을 찾으면서 핵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경기 의정부 지역 유세에서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이 확 들게 하겠다"며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또한 "굴종이 아닌 강력한 국방력에 기반을 둔 평화를 추진하겠다"(1월 24일)며 '힘을 통한 평화'를 공언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포함한 중층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특히 한·미 동맹의 신뢰 회복과 미래지향적 결속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한·미 간 연합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 등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강 대 강 충돌' 가능성도 있다. 당장 4월에 연합훈련이 이전보다 확대된 규모로 이뤄질 경우 북한이 이를 빌미로 도발에 나설 우려가 있다. 4월에는 올해 110주년을 맞는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4월 15일) 등 계기도 예정돼 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을 시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비판받는 북한 인권 문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북한 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의식하지 않고 '자위력 강화'를 목표로 자신들이 설정한 시간표대로 무력도발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라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국방력 강화 목적으로 추진하는 군 정찰위성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동향을 대선 이후 잇달아 공개한 건 목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보당국도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양국 국방부는 11일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주장하며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7형)의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뒷배' 중 하나인 러시아가 전쟁 중이고, 오미크론 변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북·중 국경을 열 정도로 악화한 북한의 경제난 등이 변수다. 윤 당선인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비핵화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데, 북한이 이에 관심을 보일 경우 남북 간 대화의 마중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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