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공장을 둔 가전기업 F사는 현지 생산라인을 멈춰야 할 위기에 처했다. 주요 선사에서 신규 운송을 중단하면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항공ㆍ철도 상황도 다를 게 없었다.
8일 오전 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 업체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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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실물 경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대상 수출ㆍ금융 제재로 인한 기업 피해도 커지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대(對) 러시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올 1월 22.1%, 2월 48.8%에 달했던 대러 수출액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꺾였다. 이달 1~9일 대 우크라이나 수출 감소율은 98.9%에 달한다. 전시 상황이라 사실상 교역 중단 상태다. 산업부 집계 결과 현재까지 러시아 사태 관련 수출대금 미회수로 신고된 보험 사고는 9건으로, 피해 금액은 총 7만5000달러다. 현재 신속 보상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크라이나 항만 입항 통제, 러시아행 선박ㆍ항공 화물 운송편이 축소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일분 구간 운송 중단으로 현지 기업 부품 조달 애로, 공장 가동 차질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뿐 아니라 금융결제, 에너지 분야에도 러시아 사태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차관은 “일부 글로벌 송금 중개기관의 거래 회피, 러시아 수입업체의 지급 여력 저하 등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우려했던 결제 지연, 거래 위축 등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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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관련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게 됐다. 지난해 t당 평균 1만8000달러였던 니켈값은 올 1~3월 3만4000달러로 배 가까이 올랐다. 무연탄 가격 역시 지난해 t당 평균 137달러에서 올 2월 249달러로 80% 넘게 상승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 등 200개 품목 수출 제한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 차관은 “주요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 축소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에너지 시장 교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사재기, 매점매석 등 시장 교란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데 따라 정부는 시장 안정화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날 열린 산업자원안보 TF 회의에서 박진규 산업부 제1차관은 “전ㆍ후방 공급망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매점매석 금지, 합동 단속반 운영, 긴급수급조정 등 안정화 조치도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보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2조원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중금리보다 최대 0.4~1%포인트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2000억원 규모로 중소기업에 경영안정자금도 푼다. 5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자금도 추가로 지원한다. 기존 융자ㆍ보증 만기 연장, 관세 납부 기한 최대 1년 연장 등 혜택도 준다.
대러 금융 제재로 생활ㆍ유학비를 송금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현지 교민ㆍ유학생을 대상으로 외교부 재외공관 신속 해외 송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 한해 국내에 있는 가족 등이 외교부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현지 대사관, 총영사관에서 경비를 현지 통화로 전달하는 제도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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