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제20대 대선에서 1639만4815표(48.56%)를 득표했다. 앞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1577만3128표를 받았는데 윤 당선인은 이보다 60만 표가 늘었다.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1614만7738표(47.83%)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낙선했지만, 민주당 역대 대선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가 됐고, 역대 대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이기도 하다. 1639만 표와 1614만 표로 대한민국이 둘로 쫙 갈라진 모양새다.
이런 득표수는 양측 지지자가 서로에 대한 ‘반감 투표’에 나서며 총결집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24만7077표(득표율 0.73%포인트) 차이 박빙 승부를 결정지은 표심을 분석했다.
20대 대선 개표 결과 |
① 영호남 장벽 여전=선거운동 기간 윤 당선인은 ‘보수의 무덤’이던 호남에 공을 들였고, 민주당은 최초의 ‘TK 출신’ 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호남 장벽은 여전했다.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고향(안동)이 속한 경북에서 72.76%를 얻은 것을 비롯해 대구(75.14%)·부산(58.25%)·경남(58.24%)·울산(54.41%)에서 모두 득표율 50%를 넘겼다. 영남에서 윤 당선인은 이 후보보다 총 269만5973표를 더 챙겼다.
반면에 이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3곳 모두 8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의 득표율은 84.82%였고, 전남·전북 득표율도 각각 86.10%, 82.98%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보다 249만여 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균형추를 맞췄다.
② 서울은 한강 벨트로 나뉘어=영호남 표심이 반반씩 나뉜 상황에서 양당이 집중한 승부처는 수도권이었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를 득표하며 이 후보(45.73%)보다 31만여 표 더 얻었으나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으로 국민의힘이 서울 지역 25개 구를 휩쓸었던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달리 이번엔 윤 당선인이 14개 구에서의 우위에 그쳤다. 특히 윤 당선인은 보수세가 강한 강남 3구 외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광진·강동·동작·영등포 등 한강변 주변 지역에서 우위를 보였다. 반면에 이 후보는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 등 전통적인 민주당의 강세 지역을 회복했다.
20대 대선 서울시 개표 결과 |
이 후보는 자신이 단체장을 지낸 경기도에서 윤 당선인보다 46만2810표를 더 얻었다. 인천에서도 이 후보의 득표수가 3만4760표 더 많았다. 이 후보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당선인보다 18만6804표를 더 얻었다.
③ 캐스팅보트가 된 충청=동서가 갈린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승부를 가른 건 중원의 충청권 민심이었다. 윤 당선인은 대전(49.55%)·충북(50.67%)·충남(51.08%)에서 고르게 5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 역시 대전(46.44%)·충북(45.12%)·충남(44.96%)에서 45%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5%포인트 차이를 극복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윤 당선인이 충청권에서 더 얻은 14만7612표는 ‘25만 표 차’ 승리의 주춧돌이 됐다.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 당선인과 ‘충청의 사위’라 자신을 부른 이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자유민주연합이나 자유선진당 같은 정당이 있던 충청권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그때그때 지지하는 전형적인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며 “충청권에서 진 사람이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관례는 이번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④ 세대·성별 차이도 뚜렷=이번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지역별 표심 격차와 함께 세대·성별 충돌도 함께 부각됐다. 60대 이상은 67.1%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고, 40대는 60.5%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세대가 확연한 성별 격차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20대 남성은 58.7%가 윤 당선인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했고, 20대 여성은 58.0%가 이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역과 세대, 때로는 성별로 쪼개진 대한민국 유권자 지형을 놓고 학계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상대를 죽이려고 달려들다 자신이 죽는 드라마 속 게임처럼,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만연하면 선거에 승리한 진영도 결국엔 불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에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며 “특히 강성 보수 지지자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그들을 잘 절제시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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