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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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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이 모은 1639만표 vs 1614만표…한국, 둘로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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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1639만4815표를 얻어 1987년 직선제 이후 대선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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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비호감 대선’, 하지만 이 대선에서 역설적으로 최다 득표 기록이 배출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제20대 대선에서 1639만4815표(48.56%)를 득표했다. 이전까지 최다 득표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받았던 1577만3128표보다 60만 표 늘었다.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1614만7738표(47.83%)나 얻었다. 결과적으로 낙선했지만, 민주당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가 됐다. 역대 대선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이기도 하다. 1639만표와 1614만표로 대한민국이 둘로 쫙 갈라진 모양새다.

이런 득표수는 양측 지지자가 서로에 대한 ‘반감 투표’에 나서며 총결집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24만7077표(득표율 0.73% 포인트) 차이 박빙 승부를 결정지은 지역별 표심을 분석했다.



①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영·호남 장벽 여전



선거운동 기간 윤 당선인은 '보수세력의 무덤'이던 호남에 공을 들였고, 민주당은 최초의 ‘TK 출신’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호남 장벽은 건재했다.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고향(안동)이 속한 경북에서 72.76%를 얻은 것을 비롯해 대구(75.14%)·부산(58.25%)·경남(58.24%)·울산(54.41%)에서 모두 득표율 50%를 넘겼다. 영남에서 윤 당선인은 이 후보보다 총 269만 5973표를 더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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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별 득표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3곳 모두 8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의 득표율은 84.82%였고, 전남·전북 득표율도 각각 86.10%, 82.98%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보다 249만여 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균형추를 맞췄다.



② 수도권도 반쪽…尹, 한강 벨트 중심으로 서울 5%p 앞서



영·호남 표심이 반반씩 나뉜 상황에서 양당이 집중한 승부처는 수도권이었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를 득표하며 이 후보(45.73%)보다 31만여 표 더 얻었으나,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으로 국민의힘이 서울 지역 25개 구를 휩쓸었던 지난해 4·7 보궐선거와 달리, 이번엔 윤 당선인이 14개 구에서의 우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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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서울시 개표 결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후보는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강세 지역을 회복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단체장을 지낸 경기에서 윤 당선인보다 46만2810표를 더 얻었다. 인천에서도 이 후보의 득표수가 3만4760표 더 많았다. 이 후보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18만6804표를 더 얻어, 결과적으로 영·호남 득표 격차를 만회했다.



③ 캐스팅 보트가 된 ‘스윙보터’ 충청…尹, 15만 표 승리



전국이 둘로 갈라진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승부를 가른 건 충청권 민심이었다. 윤 당선인은 세종(44.14%) 외엔 대전(49.55%)·충북(50.67%)·충남(51.08%)에서 고르게 50% 안팎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 역시 대전(46.44%)·충북(45.12%)·충남(44.96%)에서 45% 안팎 득표율로 선전했으나, 5% 포인트라는 미묘한 차이가 결국 전국의 승패를 가르는 결과가 됐다. 윤 당선인이 충청권에서 더 얻은 14만7612표는 ‘25만 표차’ 박빙 승리의 주춧돌이 된 것이다.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 당선인과 '충청의 사위'라 자신을 부른 이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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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충북 청주 유세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공약을 내걸고 유세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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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자유민주연합이나 자유선진당 같은 정당이 있던 충청권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그때그때 지지하는 전형적인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며 “충청권에서 진 사람이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철칙은 이번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④ 세대·성별 갈등도 극대화…“통합 고민해야”



이번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지역별 표심 격차와 함께 세대·성별 갈등도 함께 부각됐다. 60대 이상은 67.1%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고, 40대는 60.5%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세대가 확연한 성별 격차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20대 남성은 58.7%가 윤 당선인에 투표했다고 응답했고, 20대 여성은 58.0%가 이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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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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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역과 세대, 때로는 성별로 쪼개진 대한민국 유권자 지형을 놓고, 학계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상대를 죽이려 달려들다 자신이 죽는 드라마 속 게임처럼,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만연하면 선거에 승리한 진영도 결국엔 불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에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며 “특히 강성 보수 지지자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그들을 잘 절제시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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