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교법사 '부당해고 판정' 취소소송 패소
동국대 학내 사찰 '정각원'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학 내 종교 시설에서 일하는 종교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종교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학교법인 동국대가 학내 사찰인 정각원의 교법사로 일해온 진우스님과의 계약해지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지난달 10일 판결했다.
동국대는 2015년 5월 서울캠퍼스 교내 사찰인 정각원의 교법사로 채용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진우스님과 체결했다. 계약은 매년 갱신됐으나 2020년 5월 대학 측은 계약만료 시점에 진우스님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이에 진우스님은 학교 측의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진우스님이 근로계약 체결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이 됐고, 구체적인 해고 사유 또한 불분명하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동국대는 중노위에 재심을 냈으나 기각되자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동국대는 진우스님이 주로 법회 주관 등 종교활동에 종사하는 종교인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5년 동안 정각원 교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해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역대 교법사 중 승려가 아닌 사람도 임명된 경우가 있어 교법사를 순수 종교인의 직책으로 볼 수 없고, 진우스님이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점, 종교행사 외에 학교 강의, 장학생 관리 등을 한 것을 종합해 볼 때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정각원 교법사는 한시적 보직이고, 다른 승려에게도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동국대 주장에도 "역대 교법사 중에 10여년 이상 근무한 경우도 있고, 근로계약상 해지사유나 취업규칙상 면직사유가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정당한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국대가 진우스님과 2년을 초과해 계속해서 근로계약을 갱신한 점 등을 볼 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덧붙였다.
동국대는 진우스님이 소속 종단인 조계종에서 제적돼 승려 등을 자격 요건으로 하는 교법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가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점, 작년 5월 대학 측과 무기계약직 연봉 근로계약을 체결해 교법사로 근무 중인 사실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동국대가 항소하지 않아 이달 3일 확정됐다.
앞서 조계종은 지난해 1월 진우스님이 종단 내 사정기관을 통해 시정절차를 밟지 않고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이 종단 승려법 등 위반이라며 제적 처분한 바 있다.
제적은 승적을 말소하고 공권을 박탈하며 승복을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승려 신분을 박탈해 절 밖으로 내쫓는 '멸빈(치탈도첩)' 다음가는 중징계다.
진우스님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법사로 근무하며 내부적으로 잘못된 일에 자주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해고의 배경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해고 관련 소송 중에 돌연 복직이 된 것은 동국대가 승소 가능성에 기대어 소송을 유지하면서도, 부당해고 재심판정에 따라 부과되는 강제이행부담금이 추가 증액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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