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500만 명 전망
일단 EU 등 우크라 피란민 수용 의사 밝히며 지원
다만 난민 형평성·수용 규모 등 갈등 여지 있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7일 서부 르비우 기차역에서 폴란드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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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면서 피란민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열흘 남짓 동안 국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이 17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주의 우려에 유럽 각국들은 피란민 수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향후 유럽 최대 난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인 173만5,068명(6일 기준)이 인근 국가로 피신했다. 우크라이나 서북부 접경지역인 폴란드에 약 102만7,603명이 넘어가 가장 많았다. 이어 헝가리(18만163명), 슬로바키아(12만8,169명), 몰도바(8만2,762명), 루마니아(7만8,977명) 순이다.
필리포 그랜디 UNHCR 사무총장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피란민이 증가하고 있다”며 “2015년 시리아 내전 때보다 (피란민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피란민 규모가 5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4,319만 명)의 약 11%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7일 접경 국가인 폴란드의 프셰미실의 한 행사장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셰미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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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 인도주의 우려가 커지면서 EU 가입 27개국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역내 임시 거주권 등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U의 ‘임시보호명령’ 조치가 시행되면 최장 3년간 EU 역내에서 거주 허가를 받고 주거·의료·교육·취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 등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피란민을 적극 수용하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폴란드 정부는 자국에 들어오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루마니아도 접경 지역 호텔과 식당 등을 개조해 최대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 거처 등을 마련했다.
독일과 영국 등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독일 내무부는 약 5만 명의 피란민이 독일로 들어와 난민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일 자국 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의 가족과 친지 등 20만 명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피란민이 급증할 경우 유럽 내 난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은 2015년 시리아발 난민 사태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당장 영국은 지난 6일 비자 발급 문제를 이유로 고작 우크라이나 피란민 50명만 수용하고 수백 명을 돌려보내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8만여 명의 피란민을 수용한 몰도바도 자국 내 친러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EU가 다른 지역 난민 수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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