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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빠질수록 더 산다” 개미 5400억 베팅한 현대차·기아, 52주 신저가 [왕개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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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개미연구소]

조선일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2 유럽 올해의 차’ 온라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EV6./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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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현대차·기아 사랑이 주식 투자로 이어진 걸까.

지난 달 22일 발발한 러우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기아에 개인들의 매수가 몰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공격 속에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 22일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기아 주식을 5383억원 어치 나홀로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순매수 상위 종목 기준으로 현대차는 3위였고, 기아는 5위였다(1위 삼성전자, 2위 LG화학).

하지만 주가는 영 신통치 않다. 이날 오전 기아는 7만8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썼고,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등으로 구성된 KODEX 자동차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날 1만7825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현대차도 이날 16만9000원까지 빠지면서 지난 달 기록한 52주 신저가(16만8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주가가 급락했을 때 우량주를 매수해서 버티면 수익이 났다는 학습 효과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쟁 이후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8~10% 하락했는데, 투자자들은 전쟁 우려만 사라지면 다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가가 하락할수록 개인들은 더 강하게 사모으고 있다. 지난 달 24일엔 현대차가 4% 넘게 빠져서 마감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1103억원의 나홀로 매수를 보였다(외국인과 기관은 쌍매도). 같은 날 기아도 6% 가까이 빠졌는데, 역시 개인만 968억원 어치 순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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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주가가 7일 52주 신저가로 떨어졌다. 지난해 장중 최고가와 비교하면 24% 하락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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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시각은 싸늘한 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 규제로 인한 현대차와 기아 손실을 최대 2000억원과 2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9일부터 현대차 러시아 공장 생산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량은 기존의 50%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과거 크림반도 사태 때도 그랬지만 러시아 제재 여파는 현지 수요보다는 물류와 루블화 급락으로 인한 환차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코로나 쇼크로 현대차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주가가 너무 싸다”면서 406억원 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그의 평균 매입 단가는 7만원이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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