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달 2일 회의, 기존 '하루 40만배럴 증산' 방침 유지 전망 우세
유가 변동성 커졌지만 90달러선 유지…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 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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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변동성이 커진 흐름을 보이면서 내달 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증산을 결정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수 개월째 OPEC의 맹주인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가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반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끈끈해졌다는 점에서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서방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직접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꺼리고 있는데다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OPEC+ 추가 증산은 없다?=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미국과 러시아 중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현재 산유량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통치자 역할을 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관계는 끈끈해졌다. 지난해 8월 사우디와 러시아는 군사 부문 협약을 맺기도 했다. 사우디는 주요 무기 수입국 중 하나다. 2016~2020년 미국 무기 수출의 24%를 사우디가 차지했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이다.
반면 사우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해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사우디 기자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터키에서 암살된 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죽음의 배후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인텔의 아메나 바크 OPEC 통신원은 "사우디는 두 동맹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OPEC의 석유 정책은 시장의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됐으며 이러한 점에서 OPEC+가 추가적으로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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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판단은 원유 공급 초과= OPEC+는 지난 2일 월례 회의에서 당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하루 40만배럴 증산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OPEC+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직후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하루 산유량을 580만배럴 대폭 감산키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회의에서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해 산유량을 점진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OPEC+는 지난 2일 월례 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유 시장이 공급 초과 상태라고 진단했다. 당시 보고서에서 하루 산유량 40만배럴 증산 방침을 유지하고 원유 소비가 예상대로 증가한다면 올해 1분기에는 140만배럴, 2분기에 170만배럴 원유 초과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OPEC+가 점진적인 증산 방침을 정했지만 실제 산유량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 한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투자를 줄인 탓에 나이지리아, 앙골라, 말레이시아 등이 할당량만큼 생산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반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추가 생산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의 경우 현재 하루 약 1000만배럴을 생산 중이며 1200만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에너지 특사를 지낸 데이드 골드윈은 "사우디, UAE, 쿠웨이트는 하루 500만배럴 가까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유 용량이 있으며 지금은 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 할 때"라고 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벤 카힐 선임 펠로우도 "사우디와 UAE가 가장 추가 생산 여력이 많은 국가이며 한 달 내에 추가 생산이 가능하고 최소 90일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 UAE 등은 할당량 이상 생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OPEC 자체가 공급 초과라고 시장을 판단하고 있는데다 산유량을 늘려 추가 이익을 취할 경우 OPEC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카힐 펠로우는 "사우디와 UAE는 OPEC+ 내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할당량 이상 생산을 꺼려한다"며 "그들은 OPEC+가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가는 제자리걸음…급등 후 급락=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100달러를 돌파해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변동성은 커졌지만 급등 흐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장중 8.95달러(9.24%) 급등해 105.7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종가는 전거래일 대비 2.24달러(2.31%) 오른 배럴당 99.0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00.54달러까지 올랐으나 종가는 0.71달러(0.77%) 오른 92.8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장중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상당 부분 줄이는 흐름을 보였다. 유럽 천연가스 기준 가격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33.3% 급등한 118.5유로를 기록했지만 장중 최고 70% 가까이 오르며 144유로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이에 뉴욕 증시도 급락 출발 후 급등으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3.45% 급락 출발 뒤 3.35% 급등으로 마감해 장대 양봉을 만들었다.
이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발표한 제재 조치에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을 직접 겨냥한 제재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의 가스 수출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23~25일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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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에도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유가는 하락했다. WTI는 1.22달러(-1.3%) 하락한 91.59달러, 브렌트유는 1.15달러(-1.2%) 하락한 97.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1.64% 추가로 올랐다.
이날 미국 국무부의 아모스 혹스타인 선임 에너지안보 보좌관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기 때문에 러시아 원유에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겨냥해 제재 조치를 취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아마도 푸틴이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가격은 두 배가 오른 상태가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에 고통이 된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시 유가 10달러 하락 전망도= 이란 핵협상 타결 전망도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되고 있다.
카힐 펠로우는 "1~2주 내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며 "이란 핵협상 합의는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카힐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가 풀리면 시장에 긴급하게 필요한 양의 상당 부분이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힐은 "이란이 얼마나 빨리 산유량을 늘려 원유를 수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다만 6개월 안에 하루 50만~100만배럴 가량 산유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란은 협상이 타결되면 빠르게 수출을 하기 위해 석유를 유조선에 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윈은 "이란이 시장에 복귀하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미국이 이란 핵협상에서 큰 양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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