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가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임 후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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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다음 달 취임 후 카카오만의 역량을 담은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계열사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식 대량 매도 등 회사를 둘러싼 논란 종식을 위해선 글로벌 진출이 카카오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궁 내정자는 24일 오후 대표 내정자 선임 후 온라인으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카카오의 성장 방정식을 똑같이 써서는 미래의 10년에 성장할 순 없을 거라고 판단한다”라며 “카카오는 해외 시장 진출이 절박하다. 그 외엔 국민들에 용인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껏 카카오의 성장을 견인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플랫폼이 여전히 국내에서 커머스(쇼핑하기와 선물하기), 금융(카카오페이), 콘텐츠(웹툰·게임·음악 등) 등 시장 경쟁에 우위를 가져다주지만, 글로벌 진출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카카오톡은 지인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이기 때문에 비(非)지인 간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한 글로벌 사업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카톡 플랫폼 기반 사업 확장, 글로벌서 메타버스로 재현
남궁 내정자는 해외 이용자를 겨냥한 새로운 비지인 커뮤니티로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타버스를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으로 삼아 콘텐츠 등 인근 사업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남궁 내정자는 “비지인 커뮤니티를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이를 플랫폼 삼아 그 위에 웹툰, 게임 등 콘텐츠를 얹어 사업 확장에 용이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픽코마, 카카오게임즈 등 현재 진출한 해외 서비스들이 이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카카오브레인(인공지능·AI),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와 협력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메타버스는 네이버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등 경쟁사들이 개발 중인 서비스처럼 3차원(3D) 아바타(분신)와 주변환경을 구현하는 형태가 아닌, 텍스트(채팅)·이미지·멀티미디어(영상·음악 등)를 포괄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기획되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특히 카카오톡 운영으로 쌓아올린 채팅 서비스 역량이 자사 메타버스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에서 메타버스라고 하면 3D 아바타를 많이 떠올리지만, (카카오의 메타버스엔) 아바타가 핵심이 아니다”라며 “아바타나 3D 그래픽이 오히려 (메타버스의 목적인 소통에) 방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태스크포스(TF) 조직 ‘V2TF’와 ‘OTF’를 꾸려 비지인 채팅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2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남궁 내정자의 설명에 따르면, V2TF 메타버스는 ‘롤플레잉 채팅’ 서비스다.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서비스에 과거 머드게임(텍스트 명령어 입력으로 플레이하는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얹어 이용자 간 상호작용과 소통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될 걸로 보인다.
OTF 메타버스는 텍스트에 의존하지 않는 오픈(개방형)채팅 서비스로 기획되고 있다. 한동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고독한 OO방’(대화 없이 연예인 등 특정 주제에 관련된 이미지만으로 소통하는 채팅방)처럼, 글로벌 이용자들이 특정 관심사에 대해 텍스트보단 이미지와 멀티미디어를 통해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서비스 출시의 목표 시점을 내부적으로 정했지만, 이를 공개하진 않았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톡은 전 세계 60억 인구 중 1%도 안 되는 한국의 지인 기반 네트워크만 맡고 있다”라며 “카카오는 (메타버스를 통해) 나머지 99% 비지인 네트워크로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계열사 논란 종식하고 상생 실현, 임직원 처우 개선도”
사진은 서울 시내 카카오 택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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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주주와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계열사 컨트롤(통제) 강화와 상생 계획도 추진한다. 계열사 컨트롤타워로 경우 올해 초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신설하고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와 홍은택 전 카카오커머스 대표를 공동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본사 경영에 집중하고 두 센터장이 계열사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지난해부터 있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카카오페이의 임원진 스톡옵션 대량 행사, 계열사 물적분할 추진 등 사회의 지탄을 받은 여러 논란들의 원인이 계열사의 과도한 자율성에 있다고 카카오는 판단, CAC에 계열사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했다. 다만 남궁 내정자는 “과거 삼성그룹(미래전략실)처럼 (컨트롤)하겠다는 건 아니고, 컨트롤타워 부재에서 나타나는 최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봐 달라”라고 했다.
지난해 발표한 상생계획의 실천 역시 CAC를 통해 이뤄진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향후 CAC 차원에서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향후 5년 간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과 일부 사업의 철수나 규모 축소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남궁 내정자는 내부 임원진의 신뢰와 사기 회복을 위해 “연봉이나 복리후생에 대해 많이 신경쓰려고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올해 배정된 연봉협상 재원을 15%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궁 내정자 본인은 카카오페이 사태로 하락한 회사 주가를 15만원대로 회복시킬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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