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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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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 복용자 81% 증상 호전됐다는데…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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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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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처방을 시작한 화이자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해 환자들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 10명 중 8명은 복용 이후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은 다른 코로나19 환자에게 팍스로비드 복용을 추천할 생각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팍스로비드 처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용 금지 약물과 연령 제한 등 촘촘한 규제 탓에 적극적인 처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처방 대상을 늘리는 것은 물론,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의료진이 법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지지부진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팍스로비드 복용을 완료한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81.1%(245명)가 호흡기·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됐다고 답했다. 89.4%(270명)는 주변에 다른 코로나19 환자가 있다면 팍스로비드 복용을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 중 증상이 악화돼 위중증 및 사망으로 진행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환자들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지만 팍스로비드 처방 건수는 낮은 수준이다. 투약이 시작된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7일까지 35일 동안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총 8905명이다. 하루에 약 255명에게만 투약이 이뤄진 셈이다. 애초 정부는 매일 1000명 이상이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한참 밑도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약 2만3000명분의 팍스로비드가 재고로 남아있다. 여기에 이달 말 추가로 도입될 4만명분까지 더하면 총 6만3000명분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확보된다.

전날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면서 확보한 2조2921억원 중 3920억원으로 먹는 치료제 40만명분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질병청이 구매 계약한 먹는 치료제 물량은 화이자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머크(MSD)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으로 총 100만4000명분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먹는 치료제 재고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처방 대상이 지나치게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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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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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처방 대상 확대에 미온적 태도

정부는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을 확대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가 기저질환자의 팍스로비드 처방 연령 제한을 50세 이상에서 40세 이상으로 낮추긴 했지만, 경증·중등증 환자는 여전히 60세 이상만 처방받을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 연령대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 환자는 증상이 있어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수 없다.

서울 관악구 소재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조모씨는 “현재 재택치료로 300명가량의 집중관리군을 담당 중인데 거의 모든 환자들이 팍스로비드 처방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이 정부 측 처방 대상에 속하지 않아 처방 건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조 간호사에 따르면 지난 5주 동안 해당 병원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30명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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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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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처방 대상 넓혀야 오미크론 대비 가능”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환자·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을 대비하려면 팍스로비드 처방 관련 규제를 최대한 풀어놔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에 달하면 하루 확진자가 적게는 14만명, 많게는 27만명까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중증화·치명률이 델타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확산세가 계속 커지면 델타 유행 당시보다 더 많은 중환자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중등증 환자는 최소 50세 이상, 기저질환자는 모든 성인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처방이 가능한 환경을 미리 만들어놔야 초기치료를 원활히 진행해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서도 의료 대응 역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은 더욱 먹는 치료제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팍스로비드는 임상시험 자체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고위험군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미접종자는 접종자에 비해 중증화·치명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보다 우선적으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8주간(지난해 12월 19일~올해 2월 12일) 발생한 중환자·사망자 10명 중 6명이 미접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는 62.1%(1980명 중 1231명), 사망자는 65.4%(1323명 중 865명)가 접종을 받지 않거나 1차 접종만 마친 상태였다. 전날 코로나19로 사망한 20대 청년 또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기저질환자였다.

팍스로비드 처방을 결정한 의료진을 법적으로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켜 먹는 치료제를 처방해도 환자가 부작용이 생겼다며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환자 부작용을 의료진이 모두 책임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먹는 치료제 처방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정부가 나서서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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