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전남 순천시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의 등장으로 연설 도중 마이크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 [오마이뉴스TV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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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보좌했던 정운현 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이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과 관련, 이 위원장의 ‘순천 유세’가 정 전 단장 결심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순천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 도중 ‘이재명 선거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연설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이 위원장은 현장 스태프들을 한 번 쳐다보고서는 “설마 국민의힘이 여기 온 건 아니겠지요?”라고 농담을 해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아니랍니다”하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나 몇 분 뒤 이 위원장의 말이 끊기며 집중이 분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이재명을 세 번 외쳐달라”고 요구했고, 시민들이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을 외쳤다.
그러자 갑자기 또 ‘이재명 선거송’이 나왔다. 2~3분간 이 노래는 계속 흘러나왔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썰렁해졌다.
이 위원장이 스태프들에게 노래를 꺼달라는 듯한 손가락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 노래는 계속됐다.
이때 이재명 후보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모두 함께 사진 퍼포먼스를 하겠습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마이크를 점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다 사회자가 “마지막 마무리 말씀을 듣겠다”고 정정하자, 이 위원장은 다시 마이크를 꺼내 “안보도 민주당이 강하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거였다”며 지지 연설을 이어갔다.
당시 현장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이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이낙연 수모 영상’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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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와전된 것…아무런 관련 없어”
이와 관련해 선대위 관계자는 “여러 도는 얘기들을 전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며 “순천 유세 현장 사고는 실무자의 진행 실수에 의한 것이지 정 전 실장의 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정 총리비서실장. [정운현 총리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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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지난 19일 “어제 순천 유세 과정에서 이 위원장의 발언이 끊기는 일이 있었다”며 사과한 바 있다. 우 본부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진행상 실무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으나, 부적절한 상황이 연출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 위원장께서도 문제 삼지 않고 진행상의 오류로 이해하고 넘어가 주셨던 만큼, 앞으로는 결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엄중하게 조치토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 전 단장의 윤 후보 지지선언에 대해 “어제 이 위원장에게 전달받아서 어제 알았다”며 “이 위원장이 세 번이나 전화해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리 때문에 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우리 쪽에서 별로 비중 있는 분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이병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 전 실장의 행보가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낙연 경선캠프는 경선이 끝난 후 해단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해체했다”며 “정 전 실장은 그 이후에 이낙연 위원장을 대변하거나 활동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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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괴물 대통령’보다는 ‘식물 대통령’”
앞서 정 전 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 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측근 인사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운현 전 실장과 윤석열 후보. [정운현 전 실장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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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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