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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고용 통계 해석, 전문가와 싸우는 文정부…“정부가 취업자 숫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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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현황을 알 수 있는 통계청의 ‘고용동향’ 지표를 두고 정부와 경제학자들 간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동향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지표를 해석하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 통계에서 안 좋은 점만 보도한다” “가짜 전일제 고용률(FTE)” 등 고용 시장을 향해 보내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해 강한 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6일 통계청의 고용동향이 발표되기 열흘 전인 이달 6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용 동향 등과 관련 언론이 좋은 지표에 대해서 제대로 부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박 수석은 “언론 기사에 통계의 해석이 절반만 나온다”며 “부분과 전체를 함께 보면서 조화롭게 해석할 때 고용의 흐름과 정책적 시사점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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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설 연휴 일정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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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고용동향, 사상 최고치” vs.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박 수석이 강조한 것은 고용의 양적 개선, 즉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의 증가였다. 그는 “지난해 연간 고용동향은 지난 12월 취업자 수(2757만명)가 사상 최고치라는 점을 봐야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청년 고용은 한파였고 노인 일자리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챙기는 것이 기본적 의무”라며 “청년 고용 한파라는 보도는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수석의 이 같은 불만은 취업자 수가 역대 최대로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통계청은 ‘2022년 1월 고용동향’을 통해 올해 1월 취업자 수는 269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만5000명(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1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고, 2000년 3월(121만1000명)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월 취업자 수가 98만2000명 급감한 데 따른 기저 효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정부는 고용 호조라며 자화자찬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나서서 취업자 수 역대 최대 증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고용 지표 해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P 증가할 때마다 일자리는 10만개가 순증하는 연관성이 있는데, 우리나라 작년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4%였다”며 “그렇다면 많이 늘어봤자 40만개일텐데,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전년 대비 일자리가 100만개씩 증가하는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어서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취업자 수로만 고용 상황을 진단하는 것의 한계는 핵심 근로 연령인 30대와 상대적으로 노동 시간이 짧은 60대의 고용 환경은 분명 다른데 이런 부분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취업자 수나 전체 고용률로 봤을 때의 한계는 모든 일자리를 동등하게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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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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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E, 일자리 상황 악화 근거 아냐” vs. “정부 정책, 통계 왜곡적 발상”

지난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발표한 ‘전일제 환산(FTE·Full Time Equivalent)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 결과도 정부 관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팀의 분석 방식은 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본다. 통계청의 고용 통계에서는 한 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친다.

FTE는 안정적인 정규 일자리 수를, 통계청은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각각 보는 셈이다. OECD는 FTE를 공식 통계지표 중 하나로 쓰고 있다. 그런데 박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지난해 2651만2000명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취업자(2727만3000명)보다 76만1000명 적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입장자료를 통해 전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이 같은 FTE 통계 분석에 대해 “이 통계를 근거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팀 이전에 지난달 30일 통계청장 출신이자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역임했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FTE 고용률이 2년 연속 50%대로 하회했다”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숫자만 늘리면 된다는 식의 통계 왜곡적 발상이 주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를 두고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분석을 인용하면서 “이 고용률은 15세 이상 전 인구를 대상으로 전일제를 환산한 가짜 FTE 고용률”이라며 “있지도 않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고용률로 노동상황을 보는 시각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FTE 지표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OECD는 국제 통용되는 고용상황 비교를 통해 ‘한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으로 회원국 중 경제위축이 가장 작고, 고용·성장률 하락폭이 타 회원국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인용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이 평가는 일반 고용율에 근거하고 있고, 노인 재정 일자리의 증가로 한국의 고용률이 일자리 수만 채웠다는 점을 OECD에서 인지하기 이전의 평가이기 때문에 향후 수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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