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수원(왼쪽)과 안양(오른쪽) 유세에서 각각 양복과 파란색 점퍼를 입는 등 옷차림에 변화를 줬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선 D-17인 20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기 수원 만석공원 유세에 짙은 남색 양복에 남색과 갈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15일 공식선거운동 개시 후 서울 유세 때와 비슷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약 2시간 30분 뒤 안양 중앙공원 연단 위에는 다시 지난 18~19일 호남 유세 때 입었던 파란색 점퍼를 꺼내 입은 채 나타났다. 점퍼엔 ‘더불어민주당 1번 이재명’이란 문구가 선명했다. 주위에 모인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파란색 풍선을 세차게 흔들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경기 지역구 재선 의원은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시민의 출신 지역은 다양하지만 그에 비해 안양은 호남 출신들이 뚜렷하게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역 특수성에 따른 이 후보 옷차림 변화에 “선거 막판까지 진영결집과 중도규합 두 마리의 토끼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이 후보의 딜레마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엄경영 시대전환연구소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
文정부 비판하지만 ‘문재인’ 거론 않는 李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2월 15~17일)에서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68%였다. 2012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일 D-20 시점 조사 당시 지지율(75%)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 후보의 전국 지지율(34%)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40%)에 뒤져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권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추격을 허용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인천·경기 지지율은 36%로 동률을 기록했다. 한달 전(지난 1월 18~20일) 조사에서 이 후보가 40%로 윤 후보(26%)를 크게 앞섰던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경기 수원 만석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자영업자 고통' 송판을 격파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달 초 이낙연 전 대표가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지만 일부 친문 지지층은 여전히 당원게시판 등에 “이 전 대표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후보 지지는 어렵다”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윤 후보가 던진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에 호의적으로 반응하거나 윤 후보를 홍보하는 웹 포스터 등을 만들어 뿌리는 인사들도 있다. 친문 성향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 승리 방정식은 친문·호남 지지율을 단단히 한 뒤 수도권·중도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인데 첫 단추가 잘 안 끼워졌다”며 “중도 규합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인데 진영결집이 덜 됐다는 징후가 드러나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차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 인사는 "지지율 정체국면에서 후보가 지지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심은 이 후보의 메시지에도 담겼다. 정부의 여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문재인’ 석 자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는 20일 안양 유세에서 “24시까지 영업하게 해도 마스크만 잘 쓰면 문제가 없다. 관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는 손실보상을) ‘코끼리 비스킷’만큼도 안 했다”며 정부를 두드렸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유세에서도 “집값이 갑자기 올라서, 세금이 확 오르니 화나죠. 저도 화나더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경주 연설에서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며 선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
“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중도층 있다”…총력전 개시한 與
일부 여론조사에선 관망하던 중도층이 윤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2월 15~17일)에선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32%가 이 후보를, 39%가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5~27일 같은 조사에선 이 후보가 3%포인트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이와 관련 호남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중도·무당층은 여론 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유독 많다”며 “중도층은 여전히 정책 능력에선 윤 후보보다 이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수원 만석공원에서 유세에서 인사를 하자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을 흔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후보 캠프는 20일 ‘비상체제’를 선포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전투표일(3월 4~5일)까지 비상체제에 돌입해 총력전을 벌이겠다”며 “이번 주 TV토론에서도 이 후보가 공세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는 내부적으로 ▶전 당원 SNS·유튜브 홍보 활동 ▶캠프 소속 인사 ‘1인 1대면’ 선거운동 등을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후보 캠프에선 야권 단일화 변수가 사라진 이번 주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이라고 볼 것”이라며 “추세를 상승세로 돌리기 위해선 핵심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