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을 17일 앞둔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제 길을 가겠다. 저의 단일화 제안으로 혼란을 느낀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윤 후보에게 본선거 3주의 기간 중 일주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 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 여론조사 단일화를 윤 후보에게 제안한 것을 거론하며 “‘또 철수하려 한다’는 비판과 조롱을 감수하고 던진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아무런 답이 없었고, 더는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을 향해 날 선 표현을 써가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1 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우리 당이 겪은 불행(유세 버스 사망사고)을 틈타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새로운 제안을 해도 단일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거가 2주 남았는데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기자회견 3시간30분 전쯤인 오전 10시쯤 이뤄진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통화가 단일화 결렬에 쐐기를 박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 후보가 이날 오전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안 후보가 받지 못했고, 이후 안 후보가 연락해 통화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후보는 “이제 두 사람이 만나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안 후보는 “(실무) 담당자를 정해서 그 사람들이 논의하자”고 답했고, 윤 후보가 다시 “그럼 사람을 정해서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관계자는 “실무협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미 늦었다는 것이 (안 후보의) 취지였을 것”이라며 “이미 전날 밤 완주 의지를 다졌던 안 후보가 통화 뒤 결심을 더욱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말한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선 안 된다. 앞으로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는 신중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내부에선 들끓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 제안을 하다 갑자기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철수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피로감이 누적되면 단일화가 성사돼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오늘부로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윤 후보의 회동 제안이나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단일화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야권 관계자)는 관측도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페이스북에 “더 노력해야지요”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 표심의 분산과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대표는 “저희는 안 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강국 어젠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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